온라인 유통의 최적 아이템, 티켓 시장

일반입력 :2000/01/12 00:00

이미경 기자 en@ble 기자

온라인 유통이 어느 분야보다도 손쉬운 디지털 상품. 바로 오프라인의 일부만 잠식하더라도 엄청난 시장 규모를 가질 수 있는 영화·공연 등 각종 티켓이다. 온라인 티켓 시장의 엄청난 성장 가능성과 성공의 걸림돌을 함께 진단한다. 별도의 물류 유통망이 없어도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디지털 상품. 물리적 제품은 물건을 쌓아둘 창고가 있어야 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택배 서비스가 필요한 반면 디지털 상품은 온라인을 통해 제품이 전달되므로 상품 판매가 간단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다. 디지털 상품 중에서 티켓/예약 서비스는 가장 성장성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한국전산원 자료에 의하면(98년 기준) 전문 쇼핑몰 시장에서 디지털 제품의 시장 규모는 80억 원으로 물리적 제품 95억 원과 비슷하고, 향후 인터넷을 통해서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의 매출이 높아져 99년에는 98년의 2배 규모인 142억 원으로 디지털 제품의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실제 디지털 상품을 세분화시켜 보면 예약/티켓이 77억 원, 소프트웨어가 3억 원, 정보 600만 원 순으로 나타나, 예약/티켓이 디지털 상품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서비스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내의 온라인 티켓 시장은 그리 녹녹치 않다. 국내 온라인 티켓 시장에 가깝게 다가서면, 의외로 복잡한 요소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티켓 시장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시장규모 큰 영화·공연물 티켓 우선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티켓을 살펴보면 영화, 공연물, 스포츠, 철도, 고속버스, 호텔, 콘도, 항공권 등이다. 이중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티켓은 영화, 공연물로 압축되는데, 이렇게 영화, 공연물 티켓에 집중되는 이유가 있다. 9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에는 종합공연장 41개, 일반 공연장 133개, 소공연장 136개, 영화상연관 569개, 총 879개의 공연장이 있고, 서울·경기 지역에 절반에 가까운 공연장이 밀집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국내 극영화의 입장수입은 98년 2,584억 원에 이르고, 관람객 수만 해도 5,000만 명에 이르러 우리나라 국민 1명당 영화 한 편씩을 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대로 집계가 어려운 공연물 시장규모를 제외하고, 국내 영화시장만 따져보더라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연히 영화산업이 그 어느 산업보다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고, 실제 전체 영화 티켓의 10% 정도만 온라인으로 판매되더라도 그 규모는 어머어마한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사이트는 6개 정도. 티켓파크, 피노스티켓, 프로티켓, 티켓링크, 이지티켓, 이벤트맥스 등이다. 이들은 한두 가지 아이템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영화와 공연물 티켓을 판매(이벤트맥스는 영화 티켓 전문)하고 있다. 특히 영화 티켓에 집중돼있는데, 시장규모가 크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 때문이기도 하다. 주력 아이템 사이트마다 제각각영화 티켓에 가장 주력하는 업체를 꼽으라면 피노스티켓과 이벤트맥스. 피노스티켓은 95년부터 ARS를 이용해 티켓 예매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전화예매, PC통신 예매를 도입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는 97년 10월. 티켓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최근에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고객을 온라인 서비스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전체 판매의 45%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30%에 달한다. 온라인을 통해 예매할 수 있는 개봉관 수도 29개에 이른다. 서울에 있는 개봉관 중 예매 서비스를 하는 극장이 40개 정도로 추산, 예매 가능한 극장수가 비교적 많은 셈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판매 채널을 갖고 있는 티켓 사이트에 비해, 이벤트맥스는 인터넷에서 출발한 영화 전문 인터넷 예매 사이트. 기존 영화 예매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료 예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 하나를 예매할 때 추가되는 비용은 300∼400원 정도인데,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회원에게 영화 티켓 예매 서비스를 무료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프로모션 단계에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회원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벤트 맥스의 차재선 팀장은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유료화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벤트맥스가 돈을 받을 가치가 있을 때 그때부터 받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외에 티켓파크, 티켓링크, 프로티켓, 이지티켓도 한결같이 영화 티켓 시장을 탐내고 있지만, 당장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 적극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티켓/예매 사이트가 공연물 티켓을 판매 대행해주는 경우 공연물을 기획한 곳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지만, 영화 티켓은 극장으로부터 별다른 수수료를 챙길 수 없다. 고작해야 고객으로부터 300원 정도의 예매 수수료를 받는데, 이 금액으로는 수치타산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업체마다 주력 아이템이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티켓파크는 공연물, 프로티켓은 스포츠, 이지티켓은 고속도로 티켓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타 영화, 연극, 전시회에 관한 티켓은 구색맞추기식 판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온라인 티켓 서비스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지만, 티켓별로 유통구조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시장에 제각각 파고 들어가려면 그만한 인력과 노력이 투여돼야 하는 것이다. 가능성 VS. 걸림돌그렇다면 온라인 티켓 시장의 가능성은 어떠한가.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인터넷을 통한 예매가 부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예매처, 전화, ARS를 통해 예매를 받고 있으며, 인터넷 예매의 경우 1%도 미치지 못하는 곳들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티켓 사이트인 티켓마스터 온라인도 이러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눈에 띄게 빠른 성장곡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까. 티켓마스터는 콘서트, 스포츠, 예술, 패밀리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티켓을 판매하고 있으며, 각 카테고리별로 세부항목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콘서트에는 재즈, 팝, 월드뮤직과 같은 카테고리, 스포츠에는 야구, 축구, 농구, 하키와 같은 카테고리, 예술에는 발레/댄스, 클래식, 박물관과 같은 카테고리, 패밀리에는 서커스, 아이스쇼, 로데오와 같은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별로 원하는 이벤트를 찾아볼 수도 있는데, 현재 캐나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 42개 주의 이벤트 정보를 비롯해 이벤트 티켓, 엔터테인먼트 관련 물건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97년 말에는 전체 티켓마스터의 티켓의 2%만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정도로 온라인 판매가 미비했지만, 99년에는 전체 10%를 넘어섰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판매된 티켓의 수도 97년 37만 장에서 98년에는 100만 장으로 3배 정도의 증가를 나타냈고, 티켓당 예매 수수료도 97년 5.19달러에서 5.70달러로 올려 책정하고 있다. 티켓마스터 온라인의 찰스콘 CEO는 “온라인 티켓 판매는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신용카드로 더욱 편하게 티켓을 구입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서 국내의 티켓/예매 시장은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우선 티켓/예약 사이트가 극장, 기획사에 의존적이어서 자립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연물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 공연물을 기획한 곳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지만, 극장은 자체적인 티켓 판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티켓 대행 수수료를 별도로 책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트마다 대형 극장의 티켓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가격보다 어떤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상품 의존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요인중 하나이다. 특별히 사람들이 몰리는 영화·공연물이 아니라면 굳이 예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의 취약한 예약 문화를 반영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유통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공연물·영화 티켓을 온라인에서 유통시킨다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자 한계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온라인 티켓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인터넷 유통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상품이고, 컨텐트와 맞물려 훌륭한 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

이미경 기자 en@ble 기자abc@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