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강남 테헤란로 거리. 이곳은 지금 로봇배달 서비스가 한창 시작됐다. 로봇이 사람들을 피해 보행로를 달리고 질서를 지켜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한다.
로봇업계는 실외이동 로봇 실증 서비스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시작으로 지난 17일에는 새 지능형로봇법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관련 규제가 대거 해소된 영향이다.
■ 독립 서스펜션 단 6개 바퀴…우아한형제들 '딜리'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공개하고 지난달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에 투입했다.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은 우아한형제들과 서울시, 강남구, LX한국국토정보공사, LG전자, WTC서울 등 6개 기업과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테헤란로 일대에 선보이는 대규모 서비스 로봇 실증 사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 코엑스몰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도입하며 첫 서비스를 시작했고, 10월부터는 코엑스몰 내 식음료 매장에서 트레이드타워로 식음료를 배달하는 실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서비스는 지난달 30일 ‘딜리’ 5대(예비 2대 포함)가 들어오면서 코엑스 서편 테헤란로87길 인근 건물 6곳까지 확장됐다.
우아한형제들 자율주행 로봇 ‘딜리’는 실내외 배달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췄다. 음식에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 바퀴 각각에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고속 주행 중 부드럽게 방향 전환할 수 있도록 앞뒤 4개 바퀴의 개별 조향이 가능하다. 4개 바퀴를 마름모 모양으로 오므려 제자리 360도 회전도 자유롭다.
‘딜리’는 로봇 전면에 부착된 라이다(LiDAR)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전면 카메라로 신호등을 확인하고 길을 건넌다. 여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딥 러닝 기술도 접목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코엑스 외부 건물로 주문을 시키면 로봇이 왕복 6차로 횡단보도를 건너 음식을 배달한다. 해당 서비스는 내달 29일까지 우선 시범 운영한다.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며, 길거리가 혼잡한 점심시간(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동안은 운영하지 않는다.
■ 뉴빌리티 '뉴비', 선릉역 인근 배달 나서
이곳에서 약 1km 떨어진 거리, 선릉역 부근에서는 뉴빌리티가 지난 20일부터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빌리티는 강남구가 KT와 손을 잡고 KT선릉타워 앞에 뉴비 3대를 우선 도입했다.
뉴빌리티는 이번 실증 사업으로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로봇 ‘뉴비’와 함께 로봇 운영 시스템 ‘뉴비고’, 웹기반 주문 배달 플랫폼 ‘뉴비오더’ 등 로봇배달 서비스를 위한 통합 솔루션을 함께 선보였다.
뉴빌리티 서비스는 카카오톡 ‘KT 로봇배송 테헤란로’ 채널에서 주문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선릉역 인근 테헤란로 주변 건물 약 13곳을 목적지로 설정할 수 있다.
뉴빌리티는 규제 샌드박스 지역인 인천 송도와 서울 방배동,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등에서 로봇 배달 실증사업을 진행해 오며 도심환경 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운행에 대한 데이터와 서비스 역량을 쌓아왔다.
■ 복잡한 환경도 문제없지만…아직 현장 요원은 있어
두 로봇 모두 혼잡한 도심 환경 주행에서 문제없이 자율 주행을 보여줬다. 특히 차도 앞에서 주변을 살피거나 횡단보도를 자신 있게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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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서비스 모두 아직까지는 현장 요원이 로봇 주행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홀로 배달도 가능해졌지만 시범 운영인 만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실외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이는 업체로는 LG전자, 로보티즈, 모빈 등이 꼽힌다. 로보티즈도 최근 실외 배송 서비스 사업 확대를 예고하면서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