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가 약 2천100만년 전 인간과 다른 대형 유인원인 네안데르탈인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마틸다 브린들 박사가 이끄는 영국·미국 공동연구팀이 학술지 ‘진화와 인간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발표한 연구 내용을 보도했다.
약 2천150만년 전 인간과 대형유인원 공통 조상에서 시작
연구에 따르면 키스는 약 2천100만년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게서 시작됐으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도 역시 키스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 주저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마틸다 브린들 박사는 "키스를 광범위한 진화적 관점에서 폭넓게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우리 영장류 친척들의 성적 활동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음을 보여주는 기존 연구에 새로운 근거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키스를 추정하기에 앞서 키스의 의미를 정의했다. 자연계에는 키스와 비슷해 보이는 행동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미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씹은 음식을 새끼에게 입으로 전달하고 물고기들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 ‘키스 파이팅’을 한다. 연구진은 키스를 "공격적이지 않고 음식 전달이 없는 입맞춤"으로 규정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보노보·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마카크·개코원숭이 등 다양한 현대 영장류에서도 ‘키스’ 행동이 관찰된 바 있다.
연구진은 기존 지식과 새로운 관찰 데이터를 결합해 조상에게 특정 형질이 존재했을 확률을 추정하는 ‘베이지안 모델링(Bayesian modelling)’ 기법을 사용해 키스를 생물학적 특성으로 간주하고, 이 행동이 진화했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검증해 진화 시나리오를 총 1천만 회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키스가 약 2천150만~1천690만 년 전 사이에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키스가 엄마가 음식을 미리 씹어서 아기에게 전달하는 행위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용적인 음식 공유 행동이 현재 우리가 키스라고 인식하는 방식으로 재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인간, 네안데르탈인에도 키스…이전 연구 뒷받침
또 연구진은 인간이 네안데르탈인도 키스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는 예전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캐나다 브리티지 컬럼비아 대학 고고학자이자 인류학 교수인 에이프릴 노웰은 2017년 다른 연구진이 4만 8천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치태에 보존된 미생물과 현대인의 구강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비교해 서로 같은 유전 물질을 공유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는 네안데르탈인과 인간이 서로 키스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노웰 교수는 음식이나 물을 함께 섭취해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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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약 7천년 동안 짝짓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대의 짝짓기 행동 중 일부가 오늘날의 짝짓기 행동과 유사했을 것으로 가정한다면, 그 시기에 키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 친척들 사이에서 키스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키스는 보편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노웰 교수는 과거에도 다양성 차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어떤 네안데르탈인 공동체는 키스를 했지만 다른 공동체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