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태동기, 우물 안에 갇혀선 안 돼"...로봇산업 C학점

[창간 23주년 특집 :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⑨ 로봇

홈&모바일입력 :2023/05/02 10:30    수정: 2023/05/02 16:03

로봇업계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았지만 우리 로봇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입지가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 실행 의지만큼은 모두 높이 평가했다.

윤 정부는 지난해 5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로봇 산업은 단일 과제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타 산업군 과제에 주요 내용으로 수 차례 거론됐다. 반도체와 제조업, 고령친화산업, 산업재해 예방, 시설물 관리, 국방혁신 등 분야에 로봇을 보급하고 활용할 뜻을 밝혔다. 정부는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 산업부 과제에서 로봇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기대효과도 전했다.

지난 1년 간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점수로 평가하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지디넷코리아는 정책 계획 타당성과 실행 의지, 민관 협력, 글로벌 협력, 윤리성 등 5가지 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합했다. 심사에는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 A씨와 학계 전문가 B씨, 업계에서는 이내형 유니버설로봇 한국대표, 함판식 브이디컴퍼니 대표가 참여했다.

尹 정부 로봇산업 정책 1년 평가 보고서. 5가지 항목 중 글로벌 협력 분야가 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점은 65.2점(100점 만점)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글로벌 협력·윤리성 고려 '미흡'

로봇 정책에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는 글로벌 협력과 윤리성 항목이 꼽혔다. 20점 만점에 각각 평균 7.6점, 12.0점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 A씨는 민관 협력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으나 주요 선도국과 협력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A씨는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 중국 등 로봇 주요 선도국과 협력이 필수적인데, 외교적 환경으로 인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미국이나 유럽 등 국가들과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윤리성 항목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로봇이 경계 감시나 전투 상황에 투입될 여지가 있는 만큼, 로봇 윤리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이에 대한 윤리헌장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AI데이에서 공개한 옵티머스 로봇 (사진=테슬라)

학계 전문가 B씨와 이내형 유니버셜로봇 한국대표는 두 분야 모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B씨는 글로벌 협력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는 있으나 진전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리성 측면에서는 윤리 위원회와 연구단체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내형 대표는 "한국 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타당성 있는 글로벌 시장조사를 지원하고 개별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윤리적 측면에서도 과정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첨언했다.

브이디컴퍼니 함판식 대표는 "국내 시장이 있어야 스타트업을 포함한 국내 기술기업들이 기술을 상품화, 상용화, 대량생산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경쟁력을 갖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라며 "관련 시장에서 기술과 성능이 검증된 외국 상품을 적극적으로 국내에 소개해 초기 시장 개척에 활용하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데,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문을 걸어 잠그는 폐쇄적인 입장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함 대표는 윤리성 측면에서는 "한국의 인구추이와 고령화를 볼 때, 점차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 역할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며 "로봇이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상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규칙, 캠페인이 필요한데 이러한 노력이 크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샤오미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 (사진=샤오미)

■ 정책 타당성·민관협력 분야 '양호'

정책 계획 타당성과 민관협력 측면에서는 20점 만점에 각각 13.8점, 14.5점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두 항목보다 양호한 평가다.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이행 결과에 있어서 미진한 측면이 있지만, 계획 과정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산업부는 지난 3월 제3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로봇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규제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혁신 방안은 신사업과 관련한 4대 핵심분야인 모빌리티, 안전, 협업‧보조, 인프라를 중심으로 51개 과제를 도출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39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 A씨는 "로봇 산업은 지능형로봇법에 의거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계획 수립 과정에서 민관, 산학연 간 연계로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은 지난 2019년 3차 계획이 발표된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내년에 새로운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A씨는 민관 협력에 대해서는 "규제로 인해 산업 발전이 저해 되는 부분이 많은데,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규제 개선을 위해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실행할 예정이다”라며 “민관 협력은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신사업 창출을 위한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학계 전문가 B씨는 "정부가 로봇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실행과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B씨는 민관 협력에 대해 "정부의 대규모 투자나 지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민관 협력 사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라며 "의료용 로봇 외에는 뚜렷한 결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내형 대표는 "정책 계획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실행 과정에서 특정 분야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는 등 문제점은 있다"라며 "민관 협력 분야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함판식 대표는 "서비스로봇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서빙, 요리, 의료, 헬스케어, 물류, 주차, 반려 등 시장 개척을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실증, 보급, 확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 정부 정책과 차별화되는 구매지원사업 등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함 대표는 또 "민관 협력은 충분히 잘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스마트상점 등 서비스로봇 보급 사업을 진행할 때 기술 공급기업 부담을 제한하고, 올해부터 보급 사업 진행 시 관련 전문 업체를 선정해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6일 국회·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로보티즈 본사에 방문해 자율주행로봇 서비스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로보티즈)

■ 정책 실행의지 '우수'

정책 실행의지는 모든 참여자가 긍정 평가를 내렸다. 20점 만점에 평균 17.3점이다.

협회 관계자 A씨는 "현 정부가 로봇 산업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과 함께 분류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라며 "로봇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인식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학계 전문가 B씨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발표, 규제혁신로드맵 2.0 정책 추진, 첨단로봇 산업전략 1.0 진행을 위한 규제 완화 추진, 범용성을 갖는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등 정책 실행 의지가 우수하다"라고 말했다.

이내형 대표는 "과정 평가가 아닌 실행의지는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정책을 계획·실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함판식 대표는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스마트상점 보급사업 예산을 증액하고, 신청과 진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실행 의지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브이디컴퍼니가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3 서울 상반기’에 참가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했다. (사진=브이디컴퍼니)

■ "로봇산업 아직 태동기…미래 위해 규제혁신 속도내야"...총점 65.2점

산업부는 규제혁신과 함께 첨단로봇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올해 2분기 내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실외주행 로봇을 규정하고 통행을 근거할 법안도 속속 입법화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 2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이어 지난달에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많다. 도시공원녹지법, 개인정보보호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로봇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여겨져 왔던 주요 제도들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합심해 로봇 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차차 걷어나갈 계획을 밝혔다.

관련기사

심사진은 공통적으로 '로봇산업은 아직 태동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유수 기술력을 가진 로봇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로봇이 필요한 사회다. 특히나 갈수록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대체할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형태 로봇을 서비스나 제조 분야에 도입해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평가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가 로봇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도 상당하다. 아직 세계로 진출할 만큼 막대한 경쟁력을 가진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충분한 체력을 기르면 '로봇 세계 3대 강국' 실현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로봇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 로드맵 (사진=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