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지원vs규제' 놓고 정부-국회 엇박자...B학점

[창간23주년 특집 :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⑤플랫폼

인터넷입력 :2023/04/26 18:05    수정: 2023/04/27 09:19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 공약집에 "플랫폼 분야 특유의 역동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최소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취임 후에도 온라인 플랫폼 기업 관련 ‘민간 중심 자율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취임 1년 후 어떻게 변했을까. 플랫폼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국회가 자율규제 기조인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윤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이 갈 길을 잃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민간 기업의 도움 없이 불가능한데, 국회의 플랫폼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플랫폼 관련 윤 정부 1년을 평가하면서 자율규제를 유지하려는 기조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정부에 꽤 후한 점수를 줬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긍정적인 시각들이 곳곳에 엿보여서다.

이번 기사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플랫폼과 관련된 정부 정책 평가를 담았다. 배달 플랫폼이나 모빌리티, 스타트업 등과 관련된 정책 평가는 추후 이어질 시리즈 기사에 담길 예정이다. 

네이버 카카오 플랫폼 규제(배경사진=이미지투데이)

시작은 자율규제…카카오톡 먹통 이후 분위기 '반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을 제정하면서 플랫폼 규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여당은 업계의 중복 규제라는 지적에도 여러 규제 법안들을 쏟아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분위기는 바뀌었다. 윤 대통령이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사전규제 중심 규제 방식이 사후규제 방식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윤 대통령이 혁신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란 믿음이다. 여당 중심으로 발의됐던 온플법이 기업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 기업들도 윤 정부의 방향성에 지지를 보내며 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플랫폼 자율규제 분위기는 급변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작년 10월17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자유 시장 경제 사고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카카오 먹통 방지3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발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들은 오는 7월 시행령이 실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시침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했다. ▲최혜대우 요구 ▲끼워 팔기 ▲자사 우대 등을 경쟁제한 행위로 제시했다. 관련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사실상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가 유지됐다. 공정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플랫폼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기구를 운영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정부의 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보다는 해외 입법 사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행보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이, 애매한 위치에 선 모습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정부 정책만 놓고 보면 A학점, 국회-정부 엇박자 반영 시 B학점

여러 의문과 우려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율 규제 기조를 지키려고 하는 정부에 기대감과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자율 규제 기조인 만큼, 첫 시작은 일단 잘했고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읽힌다. 정부 정책만 놓고보면 A학점 평가를 주고 싶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는 아쉬운 점도 많아 B학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협회장은 "그동안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논의가 많이 됐고, 직접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로 진전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해관계자 연결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며 자율 규제 기조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협회장은 "자율규제 기조 안에서 기업들은 법에 나와 있는 내용 보다 더 깊게 들어가 사전에 조심하고 있다"면서 "플랫폼은 언제든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언제든 외산 플랫폼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보다는 소비자 선택을 못받는 것이 더 무서운 규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일환인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AI-데이터를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초거대 AI 규제개선과 제도정립을 추진해 범국가 AI 혁신 제도·문화를 정착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 실현계획에 윤 정부의 플랫폼 정책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플랫폼 기업 없이 계획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 플랫폼 육성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연습하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뭘 깰 수도 있는데 혼내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국내 플랫폼들이 성숙해질 때까지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때문에 국내 플랫폼이 성장하지 못하면 OTT나 영상 플랫폼처럼 외산 플랫폼에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며 "정부의 노력은 알고 있지만, 획기적으로 국내 플랫폼들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총선 앞두고 1년여 앞두고 '플랫폼 길들이기'...정치적 목적에 사업성 침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 내 플랫폼 길들이기 기류가 지속되면서 플랫폼 정책이 국회와 엇박자 타는 것에 대한 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사업성이 침해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국회 압박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근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가짜뉴스와 선거를 공개적으로 연결 짓는 데 우려가 크다. 여당에서 강한 어조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계속되는 온플법 발의 또한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 및 불공정한 중개거리행위를 규제하고 독과점 폐해를 예방하는 제정안을 발의했고, 이미 발의된 법안과 비슷하다.

박주민 의원 또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단체를 결성해 중개사업자와 협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온플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 정부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자율 규제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관련 입법 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불공정거래 관련된 법안이 있어 사업자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중복되는 법안이 발의되는 형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독과점 관련해서도 공정위가 이미 공정거래법 안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 A씨는 "이렇게 되면 윤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를 체감할 수 없게 된다"며 "자국 기업 보호와 국민 편익을 위해 규제 완화로 돌아선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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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계 전문가 B씨는 "국회는 정부의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어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법안들이 쏟아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 C씨 역시 "총선을 앞두고 국내 포털 플랫폼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산업을 제한하면 국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