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삼성 반도체 공장 온다...세계는 767兆 쟁탈전

[반도체가 미래다-1부] ① 美·中 기술패권 속 반도체 동맹 신질서 대비해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5/19 08:30    수정: 2022/05/19 14:03

반도체 없이 살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시킬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1960~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 산업이 이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4차산업 혁명 속에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안보 자산으로 평가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20~22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반도체 경제 행보는 미국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요한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중 하나인 한국에 반도체 전략과 기술 동맹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767조원 규모로 커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이제 세계 최강국의 최고통치자가 나서 직접 챙기는 국가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바이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왜 오나…한미 경제동맹→기술동맹으로 확대 제안

19일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한국에 도착해 한미정상회담 전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주요 시설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일정에는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 중 하나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평택 공장 안내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택 캠퍼스는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평)에 이르며, 이는 축구장 약 400개에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메모리 업계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에 이어 2위인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방문하는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 강화와 한미 반도체 기술동맹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이끌기 위한 행보다. 아울러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견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중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평택 캠퍼스(사진=삼성전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장기화되는 반도체 공급망 교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강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재·부품에서 장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동맹국 중심의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공급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를 포함한 19개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대책 회의에 초청해 방안을 의논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어올리며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반도체 안보관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외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은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170억달러(약 21조원) 투자를 약속했고, 이를 통해 2000여개의 양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삼성전자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짓는 신규 파운드리 2공장은 연내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10년간 재산세 감면, 보조금 제공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14조3천400억원)를 투자해 5나노 팹을 건설 중이다. 해당 팹은 2024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로부터 세금 혜택을 지원받는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을 올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 '경제안보'로 부상한 반도체 시장 올해 767조원, 시설 투자도 역대급

최근 몇년 사이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안보'로 부상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등으로 반도체 공급난을 겪게 되면서 반도체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때 보다 치열하다.

반도체 시장 매출과 투자 규모는 매년 역대급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5천559억달러(약 705조6594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4천404억달러) 대비 26.2% 늘어난 실적이다. 또 지난해 기록적인 1조1천500억개의 반도체를 출하하기도 했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칩 부족 속에서 높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SIA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전년보다 8.8% 증가한 6천48억달러(약 767조61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 전망(자료=IC인사이츠)

반도체 시설 투자 또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총 1천904억달러(약 241조원2천558억원)로 전년 보다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2020년 1천131억달러, 지난해 1천539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파운드리 1위인 TSMC는 올해만 반도체 시설에 47조원을 투자하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만 올해 30조원 이상 쏟아부을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투자가 12~16조원 수준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국가마다 '반도체 특별법' 마련…자국 내 투자 늘린다

반도체가 각국의 경제안보로 부상하자, 국가별로 반도체 투자를 이끌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되고 있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국 상·하원은 올해 2월 자국 내 반도체 생산력 증대를 위해 520억달러(약 65조8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을 통과시켰다. 또 미국은 15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지원 법안도 추진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자 젠 프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 법안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고, 앞으로 수십년 동안 중국과 전세계 시장을 앞지르기 위한 조치"라며 "이 법안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제조 일자리를 다시 확보하는데 한 걸음 다가섰다"고 말했다.

유럽은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180조원을 투자하는 '유럽 반도체 지원법(European Chips Act)'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에서 430억 유로(약 57조4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끌어 모을 계획이다.

첫 성공 사례로 인텔은 지난 3월 유럽에 10년간 800억유로(약 110조원) 투자를 확정 지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23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아일랜드에는 120억유로(약 16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랑스 파리 인근에 R&D센터 설립 ▲이탈리아에 45억유로(약 6조2천억원) 규모 반도체 패키지 및 조립시설을 각각 건설할 계획이다.

키옥시아 요카이치 공장(사진=키옥시아)

일본도 반도체 경쟁에 가세했다.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자국 내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최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와테현 기타가미시에 총 사업비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에 새 메모리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키옥시아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대만 TSMC와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 말 합작법인을 세우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12나노, 16나노, 22나노, 28나노 제조공장 건설을 지난달 21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TSMC와 소니의 팹 건설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 8천억엔 중에서 절반인 4천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일본 정부는 TSMC의 일본 R&D 센터 건설 비용 370억엔 중에서 190억엔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만은 2019년 초부터 반도체 기업에 금융·세제 지원·용수·전력·인력 등 인프라 지원을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특별법 마련이 늦은 편이다. 올해 1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반도체 특별법)'가 통과됐으며,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특별법은 전략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특화단지 산업기반시설 우선 지원 ▲펀드 조성 ▲최대 20%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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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한국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반도체 산업은 '시간 산업'인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속도전을 펼칠 수 있도록 전방위적 검토·지원과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은 "반도체가 국가 경제 안보로 부상한 만큼, 한국 정부 또한 주요 강대국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기업이 홀로 낙오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