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상업화·안전성 검증 우려도

[창간 22주년 특별기획2:새 정부 ICT 국정과제 점검] ⑪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입력 :2022/05/16 14:09    수정: 2022/05/16 14:38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도 밝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⑪디지털 바이오 분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의료계와 창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게 해 원격의료제도와 기술의 혜택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바이오 대전환 대응을 위한 디지털 바이오 육성’을 발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새 정부 국정과제에 전진 배치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후 인수위는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전면 배치했다. 인수위는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지자체는 새 정부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많으니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사업 부서를 꾸리고 관련 업계와의 협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조차 “남은 것은 법 개정”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될 것이 유력하다.

■ 바이오 대전환과 디지털 바이오 육성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바이오 대전환 대응을 위한 디지털 바이오 육성’의 골자는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글로벌 메가펀드 조성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 샌드박스 ▲100만 명 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및 민간 개방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개발 전반 지원 ▲의료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이다.

일단 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인수위가 발표한 육성 전략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제약바이오산업과 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내용이 골자”라며 “이미 세계적으로 첨단산업융합을 통해 시장선점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가 AI신약개발 활용 등에 대한 디지털 기반 바이오 R&D 혁신과 정부와 민간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나서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약협회는 “인수위가 제시한 실천과제가 플랫폼 확대와 지원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건강정보를 토대로 한 빅데이터 등의 활용이 그간 상업화에 있어 여러 한계가 있었던 만큼 규제완화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개선과 관련해 인수위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리란 것에 관련 부처와 학계, 산업계는 일찍부터 이견이 없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추진에 있어 대표적인 규제 개선으로 꼽히는 것이 비대면 진료 제한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전략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고, 추진하려던 정책과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놀라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20여 년간 요원했던 의료법 개정이 새 정부에서 이뤄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위한 대표적 규제인 비대면 진료 허용 필요성은 정부, 산업계, 심지어 의료계조차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 이러한 제도화 추진 배경이 산업 측면을 우선 고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위 ‘닥터 쇼핑’을 통한 전문의약품 남용과 진료비 상승, 국민 건강 위해 요소 등 제도화에 따른 역작용은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 동법 제34조 제1항은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 대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조차 의료인 간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복지부는 ‘한시적’이란 조건을 달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총 352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전국 1만 3천252개소 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 등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대면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대면 진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환경이 변화됐음에도 언제까지 의료만 정체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관련해 한호성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매일 약 5천건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면서 국민들은 비대면 진료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다"며 "여러 우려가 있지만 비대면 진료의 긍정적인 측면을 신중하게 잘 선별해서 일부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사진=인수위)

■ 산업계 “빨리 제도화해야”…의료계도 일부 입장 변화 눈길

관련 업계는 제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20여 년간 비대면 진료 사업을 해온 기업 대표는 “의료는 복지의 성격이 있어서 완전히 시장 자율에 맡길 수는 없지만 규제로 막아만 놓아선 우리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현재 미국 투자의 40%도 헬스케어 분야라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우선 시장부터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인 닥터나우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간다. 임경호 부대표는 “의료는 초진과 재진, 경증과 만성질환 그 어떤 경계와 구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고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의 허용 취지와 부족한 국내 의료 접근성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도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의료계의 미세한 입장 변화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안건의 핵심은 비대면 진료 도입 의료기관을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고, 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추진에 있어 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의료계가 ‘절대 반대’에서 ‘전면 찬성’으로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은 아니지만, 20여년 가까이 반대 기조를 고수한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변화로 해석된다.

과거 참여정부는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의사협회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에도 입장변화는 없었다. 복지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을 때도 의사협회는 제도화를 반대했다.

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총회에서 안건 승인은 의협이 대표성을 갖고 논의 주체가 되겠다는 취지”라며 “이전에는 전면 반대였다면, 지금은 시대 변화를 고려해 의료 현장의 혼란 최소화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KT '5G 보고서 #2 원격 의료' 유튜브 영상 캡쳐

■ 비대면 진료 안전성·신뢰성 두고 “더 검증해야” vs “20년 검증했다”

비대면 진료가 법으로 허용되더라도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및 의료의 영리화 우려는 남는다. 김휘영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총무이사(연세대의대 의생명시스템 정보학교실 교수)는 “기술이 효과가 있더라도 신뢰성 문제는 남는다”며 “안전성과 신뢰성 보장을 위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업의 기회는 주되, 강력하고 냉정한 실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며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를 결코 가볍게 여기면 안 되며, 환자 및 의료진 모두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 다수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풀었는데 실효성은 확보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의사협회도 비대면 진료 허용이 산업 측면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박수현 홍보이사는 “의료는 산업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플랫폼 이용자들은 이른바 ‘닥터쇼핑’을 많이 하는데, 이게 업체 입장에선 경제적 이점이 있을지 몰라도 건강보험 재정의 추가 지출 부분도 존재한다”면서 “한정된 건보재정, 전문의약품 남용, 진료비 상승 등의 역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진료’로 잘못된 의료 정보를 습득, 병을 키우다 병원에 내원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며 “의료 편의 측면을 부각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이 전문적인 치료 대신 집에 갇혀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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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법안 2개(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 대표발의)가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회 논의를 토대로 제도화를 추진, 내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복지부가 의료계와 해당 사안을 논의코자 만들겠다던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내 비대면 진료협의체는 아직 구성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계와는 구두로 계속 협의를 해왔다. 20년째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소리는 설득력이 없다”며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와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했다. 100%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란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