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휴전 원하면 체면 세워달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요구사항 제시

인터넷입력 :2022/03/18 16:57

온라인이슈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제시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푸틴 대통령 트위터

BBC는 이날 두 정상간 통화가 끝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에르도안 대통령의 수석 고문이자 대변인인 이브라임 칼린을 인터뷰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칼린은 전화통화 내용을 들은 몇 안되는 터키 관리들 중 한 사람이다.

칼린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 요구는 2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번째는 4가지 요구사항이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미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첫번째 카테고리에 속하는 다른 요구사항은 대부분 러시아측 체면을 세우기 위한 것들이라고 BBC는 풀이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군축 절차를 거쳐야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나치화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신이 유태인인 데다, 친척 중 일부가 홀로코스트에서 사망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 요구는 매우 모욕적인 게 될 수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하지만 터키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기 쉬울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우크라이나는 모든 형태의 신나치즘을 비난하고 탄압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번째 카테고리는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BBC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면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전제 조건들이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협상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이미 밝혔다.

칼린 대변인은 이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독립국가로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크림반도)의 지위와 관련 있다고 간단하게 언급했다고 한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돈바스 지역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를 러시아가 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가 지난 2014년 불법적으로 합병한 크름반도(크림반도)가 이제는 실제로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우크라이나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에게는 삼키기 어려운 쓴 약이다. 국제조약상으로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영유할 법적 권리가 없는 데다, 이미 그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바 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요구들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잔혹한 전쟁을 벌일 만큼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내용으로 양국간에 휴전 합의 등이 이뤄질 경우 러시아는 자신들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 푸틴 대통령과 그 후임자들이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구실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휴전으로 유혈사태가 멈추더라도 평화협정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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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 대변인은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푸틴의 정신 상태와 관련해선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면서 "푸틴은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분명하고 명확하면서 간결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