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악순환 고리 끊는 ‘실천하는’ 정부 돼야

[새 정부에 바란다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16 14:07    수정: 2022/03/16 15:05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지난 5년 간 인터넷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예로 들면 점유율 1위 플랫폼이 약 17% 수준이다. 2위가 15%, 3위가 13%다. 격차도 없고, 뚜렷한 강자도 없이 시장 주도권을 위한 경쟁이 지속 중인 상황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도 여전하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대명사를 떠올려 보면 대한민국 기업은 없다. 미국, 중국이 주도 중인 플랫폼 패권 경쟁에서 디지털 영토를 지키고자 사투 중이라 봐도 좋다.

■ 문재인 정부, 디지털 산업 진흥책 빨랐지만 실현 측면에서는 아쉬워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뉴딜 사업 등 디지털 전환을 더 빠르게 대응했다. 디지털 뉴딜 정책을 보면 메타버스, 데이터, AI,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산업 진흥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다 들어가 있다. 다만, 실제 진흥을 도모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규제를 진흥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부처를 포함, 규제 기관들은 플랫폼을 포함한 디지털 산업을 향해 규제를 쏟아냈다.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을 예로 들면 지난 1월 진흥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부작용에 집중해 이용자 의무까지 부과하는 등 선제적 규제만 가득하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 뉴딜이, 산업 진흥이 실현될 수 있을까.

토종 플랫폼들의 성과는 국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인터넷 산업의 총매출액은 약 401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대한민국 실질 GDP의 21% 수준이다. 산업 종사자 수는 약 116만 명 수준이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잘 실현 되기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 토크' 현장

윤석열 당선인의 정보통신기술(ICT) 공약은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인터넷 산업의 규제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규제 완화를 기치로 내세운 것은 환영할만 한 일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더 존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미디어, 콘텐츠, ICT 관련 조직과 기능을 한 곳에 모으는 미디어혁신위원회도 언급되고 있는데, 협의회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은 산업에서 지속 주장해온 만큼 이 부분 역시 잘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결과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기조가 잘 실현만 된다면 산업에 분명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천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국내 플랫폼 기업과 산업을 진흥이라는 관점으로 봐주길 바란다. 이 관점의 전환이 없었기 때문에 산업의 현실을 고려한 규제 완화, 실질적인 지원이 과거 정부 때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새 정부가 진흥이라는 관점으로 디지털 경제, 산업을 바라봐 줬으면 한다. 디지털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경제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산업도, 국가도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차기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에 대한 자중이 우선이라고 본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규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차기 정부에게 가장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21대 국회의 총 180개 인터넷 산업 규제 입법 중 51.1%가 과잉 규제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또 ‘현행 규제 수단과 중첩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도 약 절반 가량(48.3%) 의안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도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들이 과도하며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새 정부는 규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디지털경제계 역시 자율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느 점에서, 업계와 원활한 소통으로 문제 해결 창구를 만드는데 협력해 주길 바란다.

■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국민 눈높이 더 맞춰야...협회도 새 미래 위해 노력

지디넷코리아-오픈서베이 ESG 경영 관련 설문 조사 결과.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소비자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력들이 더 필요하다. 특히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가 된 시대에,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사례들은 반성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 실수를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잘못된 사례에서 나아갈 점을 학습하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상생을 기조로 선한 방향의 바람을 일으킨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더 사로 잡을 것으로 본다.

인터넷기업협회 역시 디지털 산업이 더 큰 경쟁력을 갖추고, 나아가 이 경쟁력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회원사, 정부, 유관기관, 학계 등 디지털 산업을 구성하는 이해 관계자 모두가 인기협 판 안에서 산업의 진일보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디지털 산업을 더 크고 탄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 흐르는 판이 되게끔 협회가 촘촘한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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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 기반이며, 그렇기에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산업에서 미래를 보는 것은 이 변화무쌍함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파급력 역시 크기 때문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가 우리 눈앞에 이렇게 빠르게 펼쳐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새 정부에게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래를 만드는 산업인 만큼, 규제 역시 미래의 관점으로 산업을 바라봐줬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서 전세계의 디지털 산업을 주도할 충분한 역량과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세계 디지털 강국 G3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제 황금시대가 열리길 기대하며,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디지털경제계도 모든 역량을 쏟겠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