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왜 독일에 새 반도체 공장 지을까

[이슈진단+] 인텔 유럽 대규모 투자 배경과 파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3/16 10:00

인텔이 지난 해 3월 내세운 IDM(종합 반도체 업체) 2.0 전략에 따라 추진해 온 대규모 시설투자가 일단락됐다.

인텔은 지난 1월 미국 오하이오 주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 발표에 이어 15일(미국 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2027년부터 가동될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생산 시설 조감도. (사진=인텔)

이와 함께 내년부터 가동될 아일랜드 레이슬립의 생산시설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지역에 쏠렸던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 쏠림 현상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 팻 겔싱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80%가 아시아산"

이날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모자라 많은 산업이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 TSMC는 AMD(라이젠·라데온)와 엔비디아(지포스 RTX 20·40 시리즈), 애플(A시리즈·M시리즈) 등 전세계 주요 업체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대만 남부에 위치한 TSMC 팹14. (사진=TSMC)

그러나 TSMC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지진으로 인한 정전과 생산 중단 등을 한 해에도 여러 차례 겪고 있다. 중국과 양안관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수'로 꼽힌다.

■ 22nm에 머문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30년까지 전세계 총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법'을 내세웠다. 문제는 유럽 내 반도체 생산시설이 10나노급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 시설은 글로벌파운드리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운영하는 '팹 1'이다. 이 시설은 AMD가 2009년까지 운영했고 과거 애슬론64 등 프로세서 생산에 활용됐다. 그러나 공정 수준은 10년 전 수준인 65-22nm에 머물러 있다.

독일 드레스덴 소재 글로벌파운드리 반도체 생산 시설 '팹1'. (사진=글로벌파운드리)

인텔도 지난 2월 이스라엘 소재 반도체 생산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면서 이탈리아 소재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시설 역시 65nm 공정에 머물고 있다.

이들 시설은 이미 충분히 성숙된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첨단 공정 대비 낮은 단가로 자동차나 산업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자율주행차나 AI(인공지능)용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 첨단 생산 시설 유럽에 확충...노광장비 반입시간 단축 기대

인텔은 아일랜드 레이슬립에 지난 2019년부터 세운 인텔 4공정(7나노급)을 적용한 생산시설에서 내년부터 '메테오레이크'(Meteor Lake) 등 차세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텔이 지난 해 자체 생산 시설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선언한 상황이다. 2025년부터 가동될 미국 오하이오 주 생산시설 등을 감안해도 생산량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텔이 아일랜드 킬데어 주 레익슬립 인근에 건설중인 반도체 생산시설 현장. (사진=인텔)

인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2027년부터 가동될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한편 아일랜드 레이슬립의 생산시설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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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설 모두 0.1나노 이하 공정이 적용되어 유럽산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유럽 지역에서 맡겠다는 EU(유럽연합)의 목표에도 부합해 세제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인텔은 지난 2월 2025년 이후 차세대 공정을 위해 ASML 극자외선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ASML)

유럽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둘 경우 이점은 또 있다. 차세대 극자외선(High-NA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에서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장비를 들여와 공정 가동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