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예비 영역에 악성코드 숨길 수 있다"

국내 연구진, 논문 통해 가설 제기...마이크론 "보완책 내놓을 것"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1/21 15:14    수정: 2022/01/21 20:59

SSD 쓰기 속도를 높이거나 수명이 다한 영역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숨은 공간,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에 악성코드를 숨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고려대학교 안나영 박사, 이동훈 교수(교신저자) 등 국내 연구진이 지난 해 말 공개한 논문을 통해 이와 같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이크론 일부 기업용 SSD의 예비 영역에 악성 코드를 숨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마이크론)

해당 논문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이크론 기업용 SSD에 보안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12일 논문에서 언급된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SSD에 예비 용도로 남겨진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SSD는 D램 대비 쓰기 속도가 느린 낸드 플래시 메모리로 구성된 저장장치다. 대부분의 고성능 SSD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용량 D램에 써야 할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한다.

D램에는 일단 써야 할 데이터를 담아 둔 다음 조금씩 쓰기 동작을 수행해 지연 시간을 줄인다. 그러나 임시로 저장할 데이터가 D램 용량을 넘어서면 일종의 예비 공간인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에 담아둔다.

SSD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개념도. (사진=트랜센드)

SSD 제조사는 SSD 전체 용량 중 일부분을 떼어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으로 쓴다. 전체 탑재된 낸드플래시 메모리 용량과 실제 활용 가능한 용량이 일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SSD 단가가 비쌌던 7-8년 전에는 약 8GB(120GB 모델)나 12GB(500GB 모델) 정도를 이용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메모리 단가가 내려간 최근에는 100GB 이상을 활용하는 예도 늘고 있다.

SSD 제조사는 수명 연장과 쓰기 속도 향상을 위해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을 활용한다. (사진=픽사베이)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은 SSD의 수명 연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셀의 쓰기 수명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SD 작동 중 쓰기 횟수가 한계에 달하면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을 대신 활용한다.

■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조절 과정에서 악성코드 숨기기 가능"

국내 연구진은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의 특성에 주목했다.

이 공간은 윈도나 리눅스 등 일반 운영체제는 물론 보안 소프트웨어에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SSD 펌웨어에서는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점을 이용해 악성코드나 금융정보, 개인정보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 참여한 안나영 박사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에 출시된 마이크론 SSD 일부 제품은 성능 향상을 위해 실시간으로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반 이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부분에 여러 데이터를 남겨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버프로비저닝 영역 용량을 늘려 악성코드를 숨길 수 있다. (그림=논문 발췌)

예를 들어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을 50GB에서 100GB로 늘린 다음 늘어난 공간에 악성코드를 저장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그 다음 오버프로비저닝 영역을 다시 50GB로 줄이는 경우 빈 공간에 악성코드가 그대로 남지만 보안 소프트웨어로는 이를 감지할 수 없다.

■ 마이크론 "논문 검토 후 가능성 발견...추가 조치 취할 것"

안나영 박사와 이동훈 교수가 참여한 논문(Forensic Issues and Techniques to Improve Security in SSD With Flex Capacity Feature)은 지난 해 말 공개됐다.

안나영 박사는 "이번에 공개한 논문은 이론적인 공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며 구체적인 공격 방법이나 보안 강화책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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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은 논문에서 지적한 일부 SSD 제품의 보안 강화를 위한 추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마이크론)

마이크론은 지난 12일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된 마이크론 5200/5300 SSD를 조사한 결과 잠재적인 보안 위협이 있음을 파악했다. 단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가상화 클라우드나 기업용 데이터센터에서 공격자가 이를 악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논문에서 지적한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고객사를 위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