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꽃길 마다하고 '리걸테크' 창업 택한 이유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 환경 마련하고파"

인터넷입력 :2021/10/16 09:30    수정: 2021/10/17 08:39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201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 수료 후 서울고등법원에서 2년 동안 재판연구원을 지냈다. 법조인으로서, ‘꽃길’이 예고됐다. 그는 지금 스타트업 수장이다. 2018년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출범시켰다. 창업 배경은 간단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최초롱 변호사 얘기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화난사람들 사무실에서 최초롱 대표를 만났다. 화난사람들은 법에 정보기술(IT)을 더한 ‘리걸테크’(법률+기술) 스타트업이다. 최 대표를 비롯해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개발자 4명과 디자이너 1명, 그리고 홍보마케팅 담당자 2명이 있다.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피해자들이 속출한다. ‘화가 난 사람들’이 모인다. 하지만 법에 무지한 일반인들이 소송 절차를 밟기란 어렵다. 화난사람들은 이들을 변호사와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재작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방한 당시 ‘노쇼’ 사건 소송도 화난사람들을 통해 진행됐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Q. 엘리트다. 탄탄대로를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했는데.

“엘리트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웃음) 대학생활, 사시를 준비할 때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시작은 변호사 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솔루션이었다. 곧 범위를 넓혔다. 개별적으론 규모가 작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런 피해에 대한 보상,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길 원했다.”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을 기재한다. 최 대표는 ‘판사’를 적어 넣었다고. 단, 부모님이 영향을 끼쳤다. 최 대표 꿈은 그저 ‘재밌게 사는 것’이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공동소송 플랫폼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상대적 약자를 돕고 있다. 최 대표는 피해자들이 속된 말로 ‘호구 취급’ 받는 게 싫었다.

Q. 가치관과 부합하는 일인지.

“돕는다는 게 호의적 의미만을 지닌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쟁취하는 행위가 빈번하다. 부당한 과정, 결과가 나온다. 이를 척결하고 싶었다. 정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봤다. 옳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판을 깔고 싶었다.”

최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교내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지병이 없었다. 학교는 고인에게 업무와 무관한 영어시험을 치르게 했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감을 줬다.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인은 쓰레기봉투(100L)를 매일 6~7개씩 날라야 했다. 1천400명가량이 화난사람들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초롱 대표가 화난사람들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 취지와 부합한 일이었다. 벌써 100건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난달까지 누적 회원수는 18만명을 웃돈다. 사건마다 법적 절차가 다양하다 보니, 어려움도 뒤따른다. 단, 데이터가 누적하면서 화난사람들 성장세는 가속하고 있다.

Q. 리걸테크에 대해

“법률 서비스는 일반 상품, 용역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 경제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분야다. 변호사는 공익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를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이익 창출 극대화보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모여’·‘일단 알려’. 화난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공론의 장이 열려, 100명의 의견이 수렴되면 언론과 법률 전문가에게 알려진다. 억울하고, 답답했던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다. ‘일단 검색’도 있다. 사람들에게 분쟁해결기관을 소개해, 상담 및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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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비 창업자에게.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했다. 사업을 이어가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겪고 있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등 예상되는 위험을 미리 숙지하고 고민하면 좋겠다. 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길 바란다. 사실, 스타트업을 떠나 모든 일은 다 고난을 수반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