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vs 호주' 뉴스전쟁, 남 얘기 아니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개별국가 통치 범위 넘어선 거대 IT 플랫폼

데스크 칼럼입력 :2021/02/22 14:21    수정: 2021/02/22 19:0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정부와 언론사가 손을 잡았다. 그리곤 한 기업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20세기라면 뻔한 승부다. 정부와 언론사가 힘을 합하면 ‘천하무적’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정부와 언론사 연합군이 기업의 힘에 밀리고 있다. 지금 호주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호주가 ‘뉴스미디어협상법’을 준비하면서 양측 갈등이 시작됐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은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뉴스가 사용될 경우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법이 발효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90일 내에 언론사와 콘텐츠 제공료 협상을 끝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가 임명한 조정관이 관여하게 된다.

페이스북.(사진=씨넷)

조정관이 관여할 경우 호주 언론사 쪽에 더 무게를 실어줄 가능성이 많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페이스북이 ‘전쟁’을 선포했다. 호주 내에선 뉴스피드에 뉴스 공유하는 것을 막아버렸다. 해외 이용자들이 호주 언론사 뉴스를 공유하는 것도 금지했다. “뉴스 따위 없어도 된다. 그러니 저작권료 얘기 꺼내지도 말라”는 태세다.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페이스북보다는 언론사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 2014년 스페인에서 이미 한 차례 겪었던 일이다. 당시 구글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뒤 언론사 트래픽이 반토막이났다. 그 때도 뉴스 사용료 지불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이번 사태는 아직은 호주 국내 문제다. 다른 곳에선 별 변화가 없다. 호주 언론사 뉴스를 공유하지 못하게 되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호주와 페이스북의 분쟁은 그들만의 문제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게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 플랫폼 쪽으로 기울어진 ‘뉴스 시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EU 등도 조만간 비슷한 법률 도입 움직임 

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스티븐 길버트 문화유산부 장관은 “페이스북과 구글이 언론사들에 저작권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버트 장관은 “호주 모델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서비스법에 호주와 비슷한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몰타 출신인 알렉스 살바 유럽의회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검색, 소셜 미디어, 광고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활용해 힘의 불균형 상태를 만든 뒤 뉴스 콘텐츠에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그 이익 중 정당한 부분을 내놓는 것이 합당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호주에서 ‘뉴스 공유 금지’란 극단적인 조치를 들고 나온 건 이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기.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호주에서 적용한 조치를 다른 나라로 확대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전 세계 언론사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길버트 캐나다 문화유산부 장관은 그 부분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만간 5개, 10개, 15개 국가가 (호주와) 유사한 법률을 채택할 것이다”면서 “페이스북이 독일, 프랑스와의 관계도 끊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물론 페이스북이 호주 정부와 극적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뉴스 공유 금지 조치를 적용한 이후에도 양측은 활발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구글처럼 ‘제3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 구글은 ‘뉴스 쇼케이스’란 자체 뉴스 서비스 참여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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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던 페이스북과 호주 정부(+언론사)와의 전쟁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다. 단일 국가의 위협 쯤은 우습게 아는 거대 IT 플랫폼의 힘을 유감 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지 않는 한 눈도 깜짝하지 않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미 세상은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문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