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없는 진빵될라'…삼성전자, 8K 판 키우기

8K 콘텐츠 제작·협의체 결성·갤럭시S20 출시

홈&모바일입력 :2020/03/04 16:31    수정: 2020/03/04 16:38

삼성전자가 8K TV 제품 개발에 이어 8K 콘텐츠 제작·확보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8K TV 대중화에 화력을 집중하는 삼성전자는 8K TV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직접 8K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8K 협의체를 통한 콘텐츠 생태계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갤럭시S20’이라는 8K 동영상 제작 도구를 선보였다.

■ 8K 콘텐츠 직접 제작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영국 스포츠 중계 업체 BT스포츠는 최근 유로파리그 경기를 8K 카메라로 촬영하고 삼성 QLED 8K TV로 실시간 송출하는 시연에 성공했다. 양사는 이번 시연을 시작으로 8K 방송을 확대, 8월부터 인기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협업·제작한 8K 콘텐츠를 통해 QLED 8K TV의 성능에 대해 대중적으로 미리 보여줄 기회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토트넘 홋스퍼와 유벤투스의 경기를 8K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작한 우주정거장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2019(ICC 2019)에 참가하는 세계 명문 축구 구단들의 경기를 8K 카메라로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지송하 상무는 “이번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영상은 소비자들에게 8K 화질에 대한 우수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속해서 8K 콘텐츠를 제작해 8K TV 시장 확대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8K 협의체 결성으로 우군 확보

지난해 삼성전자는 파나소닉과 TCL, 하이센스 등과 함께 8K 협의체(어소시에이션)를 구축했다. 8K 협의체는 8K 콘텐츠·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모인 민간협력기구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동맹군도 증가 추세다. 발족 당시보다 4배가량 회원사가 늘었다. 인텔, 노바텍, 루이스픽쳐스, 아스트로디자인, 나노테크, 유니버설 일렉트로닉스, 미디어텍, BOE 등 8K 협의체 회원사는 총 22개다.

다만 8K 콘텐츠 생태계 확대를 위해 모인 8K 협의체에 아직 콘텐츠·플랫폼 업체가 참여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K 협의체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콘텐츠 업체들을 회원사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장기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 8K 제작 도구 '갤럭시S20' 출시

8K 제작 도구도 내놓았다. 바로 ‘갤럭시S20’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공개한 갤럭시S20은 카메라 기능이 특화됐다. 특히, 8K 영상 촬영을 지원해 사용자는 모든 디테일과 생생한 색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삼성 QLED 8K TV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다.

갤럭시S20은 8K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사진=씨넷)

삼성전자 갤럭시S20 출시는 8K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제반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8K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8K 해상도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촬영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8K를 지원하는 카메라를 찾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8K 동영상 지원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가 8K로 움직일 가능성도 높다. 8K는 콘텐츠 제작자가 의도한 색감과 명암비를 더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 8K 콘텐츠 없는 TV는 '팥 없는 진빵'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인 김현석 사장은 올해 초 열린 CES2020에서 "올해 TV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TV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8K 시장 확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8K TV 시장 확대에 있어 관련 콘텐츠 확산은 가장 중요한 숙제다. 8K TV가 출시됐지만, 구매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8K 콘텐츠 저변 확대에 애쓰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미국 IT매체 더 버지는 “8K TV가 상용화됐지만 지금 산다면 멍청한 짓"이라며 “넷플릭스, 아마존 등 주요 콘텐츠 업체들은 8K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 별로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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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델이 2020년형 QLED 8K TV 사전판매 이벤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로모니터 히로미 야마구치 수석연구원은 “8K TV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질적·양적 콘텐츠들이 있어야 한다”며 “8K TV 시장의 미래 부흥을 판가름하는 요소는 8K가 가능한 콘텐츠인데, 아직 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히로미 야마구치 연구원은 “콘텐츠 확보는 홈 엔터테인먼트 확산을 이끄는 주요 요소이다”며 “3D TV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3D TV를 뒷받침하는) 콘텐츠의 부족으로 해당 시장은 빠르게 축소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