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천천히 성장해야 정상"

[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①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컴퓨팅입력 :2020/02/13 10:38    수정: 2020/06/19 15:07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되고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블록체인이 진짜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 맞나'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탈블(블록체인 업계를 탈출한다는 뜻의 신조어)'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탈블 덕분에 블록체인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만 업계에 남아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어로 '찐(진짜)'이란 수식을 붙일 만한 블록체인 열성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긴 침체기를 겪고 흔들리는 산업에 방향키를 제시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찐블'의 길을 택한 사람들을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진짜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는 '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주]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데 나는 이 산업은 무조건 '된다'고 본다. 페이스북 리브라가 분명한 증거다. 대중들의 인식에서 민간이 돈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암호화폐를 평가절하했던 이유였다. 리브라로 민간이 돈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대중들이 인식하게 됐다는 건 엄청난 발전이다."

최근 만난 블록체인 업체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망설임이 없이 "이건 되는 산업"이라 답한 것이다.

이 대표는 2014년 비트코인 처음 접하고 암호화폐가 인터넷 경제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화폐라고 판단했고, 지금까지 '암호화폐 금융 인프라' 분야에만 집중해 오고 있다. 스트리미 창업 초기에는 신한금융지주의 투자를 받아 암호화폐 결제송금 솔루션 '스트림와이어'를 만들었고, 2017년 11월부터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가 블록체인 산업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블록체인이 진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먼저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견제재로써 의미가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 시스템이 잘못을 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암호화폐가 대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도 현재 금융 시장의 양적완화 기조를 비판하면서 생겨났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는 인터넷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도 없앨 수 없는 확실한 견제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터넷 비즈니스는 국경이 사라졌지만 화폐는 여전히 오프라인 경제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위에서 탄생한 암호화폐가 인터넷 경제에 가장 적합한 '네이티브 화폐'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모든 경제가 인터넷으로 옮겨 가고 있는데 돈은 여전히 오프라인 경제에 묶여 있다"며 "인터넷 경제 메카니즘과 암호화폐가 논리적으로 더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해 나온 페이스북 리브라 출시계획 발표나 선물거래소 백트 출시, 세계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CBDC) 관심증가 같은 소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리브라나 백트, CBDC 모두 아직 성과가 미미한 것도 사실이다. 리브라는 규제 당국의 견제로 출시 자체가 불투명하고, 백트는 출시 전 기대와 달리 거래량이 저조하다. CBDC에 대해서도 주요 중앙은행들은 스터디 단계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사진=페이스북)

이 대표는 이런 해석에 대해 이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이 천천히 성장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보는 입장이다.

백트만 봐도 출시 전 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니 거래량이 적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관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는 사실 그 자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대체자산 중에서도 굉장히 모험적이고 새로운 것인데,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돈을 안 잃는 게 최고 목표다. 처음부터 실제 기관들이 그렇게 빨리 진입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이런 대체자산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거 자체가 큰 변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규제 기관의 견제로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일반 대중들 머릿속에 암호화폐가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심어진 게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이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기를 거쳐 이제 정부, 대기업, 전통 금융 기관이 참여하는 산업이 됐다는 게 굉장히 의미있는 변화인 것이다.

그는 "암호화폐가 가진 순기능은 분명하다"며 "제도적/기술적 한계만 해결되면 인터넷 경제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이라는 화폐 및 신뢰정보 인프라를 기반으로 재설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80억 투자받은 스트리미, 거래소 집중해 성장해 나갈 것

이준행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도 '천천히 제대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금융업의 일종"이라고 보고 "지금까지 리스크 관리와 신뢰 받는 브랜드 구축에 집중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암호화폐 광풍일 때 상장수수료나 거래 수수료를 받았다면 큰 돈을 벌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운영하고 힘들어도 제대로된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트리미는 이런 노력을 높게 평가받아, 지난해 말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를 놓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제도권 안으로 진입했을 때 그동안 정도를 걸어 온 고팍스가 제 힘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가 8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 대표도 이번 투자에 대해 "거래량으로 보면 우리한테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지만 우리가 길게 보고 달려가는 회사라는 점을 좋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받은 자금은 고팍스 서비스 고도화와 이용자 활성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거래 활성화에도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의 핵심은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술력, 투명한 거래소 운영 규칙, 풍부한 유동성이라고 본다. 앞에 두가지는 고팍스가 잘해 온 것인데, 유동성은 우리가 분발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고팍스는 이용자를 모으고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추천인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다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거래량으로 다른 거래소와 경쟁하는 게 올해 고팍스의 목표는 아니다.

이 대표는 "우리는 항상 '어제보다 더 잘하자' '생존하자'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거래량도 생존할 수 있는 사용자 기반을 잘 만들어 놔야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웨이브가 왔을 때 준비가 잘돼 있는 게 중요하다"며 "특금법이 통과되면 시장에 공정하게 경쟁할 규칙이 생기게 될 것으로 본다. 그때 우리가 준비가 잘돼 있다면 기회는 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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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시리즈 인터뷰

①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블록체인 산업, 천천히 성장해야 정상"

②고려대 컴퓨터학과 인호 교수 "코닥·소니 무너뜨린 디지털화...'돈'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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