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압도적인 이용자 수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비단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로 금융산업에 뛰어들었다. 금융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동시에 기존 금융감독체계로는 이들을 규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현황과, 국내 금융당국 규제 방향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카카오를 기술 기업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SK텔레콤을 통신사라고만 지칭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이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기술 기반 기업들이 금융업에 본격 진출하면서부터다.
카카오는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와 은행인 카카오뱅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도 궤를 같이 한다. SK텔레콤은 합작 형태로 금융서비스 회사를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지분을 투자해 핀테크 '핀크'를 만들었으며, 한화손해보험과 현대자동차 등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금융서비스가 포함된 카카오의 플랫폼 부문 매출은 44.6%로 콘텐츠 부문 55.4%에 비해 다소 적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다. 특히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의 금융서비스는 파급력을 더해가고 있다.
카카오는 실제 플랫폼을 잘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유료 콘텐츠를 이용한다거나 이모티콘 구매, 친구에게 선물하기 같은 모든 기능에 카카오의 금융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란 전자금융업을 매개로 해 카카오머니를 충전토록 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일을 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쓰임새가 높다 보니 각종 카드 고지서, 세금 영수증도 이를 통해 확인한다. 사실상 은행 계좌는 자금이 들어있는 '창고'의 역할일 뿐, 그 이상의 부수적 금융서비스를 창출하기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 회사를 2019년 11월 만들었다. 당시 네이버 측은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시작한 테크핀(TechFin) 시장에서 본격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작년 12월 8천억원의 투자자금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국한됐던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제로페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며, 주식과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검색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였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서비스 진출은 어떤 배경에서 일어난 걸까.
업계에서는 이들이 모두 '생활 밀착형' '라이프 스타일 금융'을 내세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모든 행위를 할 때마다 지불과 결제는 일어나는 '금융 행위'며, 이를 기존 금융사보다 간편하게 한다면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해석이다.
큰 금융사들에 동반되는 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가능했다는 설명도 있다. 누구나 잘 아는, 그리고 잘 쓰는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데이터,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고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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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판적인 견해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런 기업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섀도우 뱅킹(그림자 은행)'의 역할을 해, 금융안정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섀도우 뱅킹은 기존 은행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은행 금융사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들이 과도한 신용 창출(대출 공급)을 하거나, 건전성 규제에 벗어나 고객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하)편 바로보기☞플랫폼 사업자 금융 영업 감독 '사각지대'...규제 '새판' 언제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