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삼국지14, 시대가 변하면 게임도 변한다

게임 시스템 간소화에 따라 이용자 호불호 갈려

디지털경제입력 :2020/02/07 11:23

코에이테크모의 삼국지 시리즈가 처음 시장에 출시된 것도 벌써 35년 전의 일이다. 내정과 전쟁, 외교로 부국강병을 이룩해 천하통일을 노리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게임 캐릭터화 한 삼국지 시리즈는 게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게임 시스템은 후대에 등장한 다수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참고하는 기준이 됐으며 코에이테크모 삼국지의 일러스트는 해당 인물의 초상화처럼 게임 이용자의 머리 속에 각인됐다. 삼국지를 다루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촉은 초록색, 위는 빨간색, 오나라는 파란색 등 상징색으로 표현되는 것 역시 삼국지 시리즈의 영향이다.

삼국지14의 특징은 코에이테크모가 내건 캐치프레이즈 ‘뺏고 빼앗기고 되찾아라. 토지를 제패하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라는 문구 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번 삼국지14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요소는 토지 개념이며 코에이테크모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게임 내 모든 지형을 육각형의 타일로 구성했다.

각 타일을 점거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병력과 물자 보급선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용자가 타일 관리만 잘 하면 본토와 맞닿지 않은 지역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 본토와 연결시키는 운영도 어렵지만 가능하다.

새롭게 도입된 육각타일 시스템 덕분에 전에 없이 새로운 각도에서 삼국시대의 지도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새롭게 바뀐 틀에 알맹이를 가득 채우지는 못했다는 느낌이다. 의미 없이 버려진 타일이 너무나 많다. 그저 본토로부터 보급선의 역할 외에는 의미가 없다.

지형정보 외에 자원이나 인구, 숨겨진 인재가 있을 확률이나 역병 발병 수치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았더라면 주인이 없는 빈 땅을 살펴보고 전략적으로 획득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색다른 시도가 도입된 대신 게임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대단히 간단해졌다. 기존 이용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방향성 정도만 설정하면 내정이나 전투가 알아서 굴러간다고 느껴질 정도다.

전투는 출전할 병력과 장수만 지정하면 거의 알아서 진행되는 수준이다. 궁병, 창병, 기병 등 각각 상성을 지닌 병과 구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전투 준비 과정에서 신경 쓸 것이 줄어든 와중에 전법 발동은 물론이고 일기토까지 AI가 알아서 걸어서 결과까지 보여준다.

이는 삼국지 시리즈를 꾸준히 즐겼던 이들에게는 큰 단점이다. 나라살림을 꾸리듯이 세세한 면까지 하나하나 설정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던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에이테크모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게임이 게임시장에서 득세한 것도 어느 덧 10년 가까이 지났고 이에 따라 모바일게임 이용자 개입은 줄어들고 결과를 확인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 이용자의 수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용자에게 기존 삼국지 시리즈 시스템은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게 여겨질 공산이 크다. 삼국지 시리즈가 더 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용자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게임 시스템을 간소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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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평가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게임 그래픽과 최적화 여부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 게임을 보는 것 같은 텍스처 품질과 기본 30프레임으로 구동되는 게임 환경은 투박하다 못해 불편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PC 환경에 따라 무작위로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최적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삼국지14는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게임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한 흔적도 뚜렷하다. 다만 새로운 틀 안에 세밀함을 채우는 데에는 소홀했다. 삼국지라는 오래된 소재를 신규 이용자가 맛볼 수 있도록 하긴 적합하지만 삼국지 팬은 물론 전략 장르의 팬들이 원하는 깊이는 갖추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