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인공지능(AI)이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생산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음악, 게임 뿐 아니라 저널리즘에서도 중요한 창작 도구 역할을 한다. 이 때 AI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줘야 할까?
중국 법원이 AI 저작권 관련과 관련한 흥미로운 판결을 내놓으면서 해묵은 이슈가 또 다시 관심을 모았다.
중국 선전시 법원은 지난 주 텐센트 AI 프로그램 드림라이터(Dream writer)가 쓴 기사를 무단 사용한 상하이잉쉰 과학기술에 저작권 침해 판결을 했다. 법원은 저작권 침해한 상이이잉쉰 측에 1천500 위안(약 25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유례를 찾기 쉽지 않은 AI 저작물 관련 소송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AI를 저작권 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몰고 왔다.
■ "소프트웨어 제작사에 저작권 인정" 중요한 의미
드림라이터는 텐센트가 2015년 개발한 기사 작성 시스템이다. 텐센트 알고리즘을 토대로 기사를 비롯한 여러 유형의 글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상아이잉쉰과학기술이 2018년 8월 드림라이터가 쓴 주식 시장 분석 기사를 무단 게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텐센트가 곧바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AI가 만들어낸 작품에 저작권을 인정할 것이냐는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저작권의 주체는 ‘사람’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 실제로 유럽 특허재판소는 최근 AI 시스템 ‘데부스’를 발명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AI로 만든 작품에 대해선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중국 법원은 이런 관행을 깨고 드림라이터의 저작권을 인정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법원은 텐센트의 AI 기사가 데이터 선택과 분석, 판단, 문장 구성 등이 논리 표현이 분명할 뿐 아니라 독창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와 관련해선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3년 전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WIPO는 3년 전 한 문건을 통해 “인간이 거의 관여하지 않았거나, 관여도가 최소한에 불과한”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법이 취할 수 있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컴퓨터가 생성한 저작물의 저작권을 보호하지 않는 것.
둘째. 해당 프로그램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속한다고 판단하는 것.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두 번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텐센트가 해당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선 이번 판결이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벤처비트가 분석했다.
■ AI 저작권, 미국·EU 등에선 아직 소극적
물론 아직은 이런 법적 관점을 견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선 여전히 AI 저작물에 대해선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국내 저작권법 역시 사람들만이 저작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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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AI 창작 시대를 보장하는 새로운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만리장성 안에서만 통하는 ‘로컬 규범’에 머물까?
이번 소송은 벌금 25만원에 불과한 소규모 재판에 불과하다. 하지만 AI 창작과 관련해선 중요한 질문을 던진 재판이다. 이 판결이 확대 적용될 경우 AI 시대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