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기 위해 OTT 가입하는 시대 올까

글로벌 OTT, 스포츠 단독 중계…국내 방송·통신·포털 중계권에 관심 ↑

방송/통신입력 :2020/01/03 17:39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TV가 아닌 모바일을 찾는 날이 올까. 방송사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스포츠 중계 시장에 ‘뉴미디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IT 기업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고민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은 특정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는 것은 물론 제3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말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은 수백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되곤 한다.

과거 스포츠 중계권 계약은 어떤 방송사가 차지할 것인가 혹은 방송사가 함께 차지할 것인가 등에 국한됐다. 콘텐츠를 송출할 미디어 플랫폼이 방송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OTT를 앞세운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플랫폼이 대폭 늘어났고, 늘어난 플랫폼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통적인 인기 콘텐츠 ‘스포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 OTT로 EPL 보는 시대…우리는?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 노력은 해외 시장에서 시작했다. OTT가 먼저 태동한 시장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첫발은 아마존이 뗐다.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아마존은 2017년 연간 1천만 파운드(153억원)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중계권을 확보했다. 이후 아마존은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따내며 본격적인 'OTT로 보는 스포츠' 시대를 열었다.

이는 올해 영국 프로축구인 프리미어리그(EPL)로 이어졌다. 아마존은 향후 3시즌 동안 각각 20경기를 영국 내 독점 중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경기는 TV 방송사를 통해 중계되지 않는다. 경기를 시청하고 싶은 이용자는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야 한다.

이같은 시도는 국내 사업자로 번졌다. 지난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 네이버·카카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야구 TV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상을 벌였다. 당시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선전했으나, 최종적으로 지상파방송3사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한축구협회도 향후 4년간 축구 국가 대표팀 및 K리그 경기를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축구통합중계권' 사업자 모집을 오는 13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한 차례 유찰된 이후 재차 시도되는 이번 모집에는 방송사는 물론, 통신과 포털, OTT 등 뉴 미디어 사업자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 중계권, 플랫폼에 도움 되나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등장한 뉴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다. 경쟁력 있는 독점 콘텐츠는 플랫폼의 이용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독점 중계한 '2019 WBSC 프리미어 12' 대회의 동시 이용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동시접속자 수는 최대 36만8천명으로, 평소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스포츠 중계에 각종 ICT를 적용하면 TV에서는 제공할 수 없던 융합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프로야구·골프·e스포츠 등 종목에 360도 영상, 가상·증강현실(VR·AR)을 적용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EPL 중계를 시작한 아마존은 경기 도중 해설을 끄고 현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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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모델이 '5GX 프로야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사진=SK텔레콤)

이런 가능성 탓에 OTT 사업자들은 지속해서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 OTT 사업자들의 시장 진출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사업자에 대항해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통신·포털 진영의 시도는 추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축구 중계권 재입찰에도 통신·포털 사업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축구 중계를 시청하는 마니아층이 많지 않은 만큼,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중계권 입찰에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프로야구와 같이 대중적 관심도가 높고 각종 ICT를 결합한 서비스로 확장이 어려운 스포츠에 대한 중계권 협상에는 통신·포털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