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검토 중이다. 올해 1월 디지털화폐 발행에 선을 그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이다.
홍경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18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은행 전자금융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CBDC발행 필요성이 적다며 당분간 CBDC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완강한 입장을 바꾼 데는 최근 프랑스은행의 행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국장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프랑스 은행과 의견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중앙은행인 프랑스은행은 디지털 화폐 개발 프로젝트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 금융 시스템 혁신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2020년 1분기 말까지 CBDC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 블록체인이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홍 국장은 "블록체인을 (디지털 화폐에) 사용할지 안 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을 사용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특정 지역에서 먼저 시범 운영될 전망이다.
홍 국장은 "우리도 중국처럼 시범적으로 한 구역에서만 먼저 운영해보고 (확대)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며 "디지털화폐를 사용하면 어떤 이점들이 있을지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선전과 쑤저우에 디지털 화폐를 시범 유통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장은 종합 토론에서 "당장 CBDC를 발행할 계획은 없지만, 현금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것 같다"며 "현금이 사라지는 미래 상황에서는 금융 안정을 위해 CBDC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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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소비자 단에서 쓰이는 CBDC가 아닌 기업 또는 기관 쪽에서 쓰이는 CBDC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은 지난 10일 '지급결제 분야의 디지털 혁신 연구'를 담당할 박사급 연구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해당 인력은 디지털화폐 및 암호자산 등 지급결제 분야의 디지털 혁신 사례와 관련한 기반 기술을 연구한다. 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지급 결제 시스템 설계, 구현 및 운영 방안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