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 공습…한국, 프리미엄으로 초격차

[2019년 결산-TV·가전] 가전은 '미세먼지'로 실적 신기록

홈&모바일입력 :2019/12/17 14:28

올해 중국 TV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 중국발 저가·물량 공세로 글로벌 최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 다툼이 더 격화됐다.

공기청정기와 의류 건조기, 전기레인지 등 이른바 청정가전을 판매·렌털하는 가전기업들은 올봄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으로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지디넷코리아는 올해 TV·가전 업계 이슈를 중국발 TV 공세로 시작된 삼성·LG TV 전쟁과 미세먼지 먹고 자란 청정가전·렌털 산업으로 정하고, 해당 이슈별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했다.

■ 중국 TV 공습…한국, 프리미엄으로 초격차

중국 기업들은 올 1분기와 3분기 글로벌 TV 판매량에서 한국 기업을 앞질렀다. 저가·물량 공세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TV시장 점유율 33.5%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한국기업이 31.9%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또 다시 지난 3분기 글로벌 TV 판매량에서 33.5%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31.4%를 기록하면서 2위로 미끄러졌다.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중국과 차이는 줄어들었다.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46.2%, 중국은 23.2%를 기록했다. 각각 48.1%, 20.7%였던 2분기에 비해선 두 나라 격차가 좁혀졌다.

특히, 올해 1분기 TCL은 저가·물량 공세로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 1위를 차지해 관심을 모았다.

주로 저가 LCD TV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화질·대형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대화면 8K TV를 간판 상품으로 내세운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2천500달러(약 294만원) 이상인 TV를 프리미엄으로 분류하는 만큼, 이 제품들은 이른바 초프리미엄 TV인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전체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 브랜드가 앞섰지만 2천500달러(약 294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73%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본은 25.6%, 중국은 1.2%를 기록했다.

2천500달러 이상 TV 시장 브랜드별 출하량 순위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TCL이 CES2019에서 선보인 8K TV (사진=씨넷)

이처럼 프리미엄 TV 경쟁이 격화되며 국내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 다툼도 시작됐다.

LG전자는 올해 국제가전박람회(IFA) 현장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TV 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8K 화질 논란으로 시작된 TV 공방은 ‘QLED 대 OLED’로 구도로 확산됐다. 최근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LCD 패널을 정조준해 TV·유튜브 광고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LG전자 OLED TV의 번인을 문제 삼아 광고를 제작·배포 중이다.

두 회사는 법적 다툼까지 불사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는 삼성전자의 '삼성 QLED TV' 광고에 대해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QLED TV와 8K 기술 등 TV 사업 전반에 대해 LG전자가 비방을 지속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TV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LG전자와 삼성전자 TV 공방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TV 공습과 함께 글로벌 TV 시장은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한 데다 초대형 TV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 QLED TV 입지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LG전자 2020년 임원 인사를 통해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조성진 부회장의 후임으로 LG전자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박형세 TV사업운영센터장은 LG전자 HE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올레드 TV를 키웠다고 평가 받는 권봉석 사장과 올 하반기 벌어진 삼성전자와의 TV 전쟁을 시작한 박형세 부사장이 새롭게 부임하며 삼성전자와 벌이고 있는 TV 전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 미세먼지 먹고 자란 청정가전·렌털 산업

올봄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공기청정기, 의류 건조기 등 청정가전을 판매·렌털하는 가전기업이 특수를 맞았다.

특히, LG전자 생활가전(H&A) 부문 올해 매출이 20조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먼지 이슈로 공기청정기와 의류 건조기, 의류 관리기 등 이른바 신(新)가전 매출이 뛰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 매출액이 지난해 생활가전 사업부의 10%, 국내 가전 매출액의 20%를 차지했다”며 “올해는 31%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세먼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미세먼지는 렌털 시장 활성화의 배후이기도 하다. 공기청정기는 렌털 가전 주요 제품이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와 SK매직, 쿠쿠홈시스 등 렌털 가전업체 실적이 각사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웅진코웨이는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4% 성장한 7천59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17.4% 증가한 1천403억원, 1천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이다.

2020년에도 렌털 산업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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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공기청정기는 주기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렌털산업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연구원은 “미세먼지는 생활 방식과 가전 수요 패턴을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대기 질 악화가 일상화된 환경이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 가전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