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유효정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출하량은 2025년이면 29억 개에 이를 것입니다"
반도체 기업의 발표 현장이 아닌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장졘펑 수석기술책임자(CTO)의 강연에서 나온 말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25일부터 3일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한 압사라컨퍼런스(APSARA CONFERENCE)에서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했지만 유통, 물류, 금융 전방위로 사업 확장을 꾀한 알리바바가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의 확장이다.
그 중심에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세운 반도체 기업 핑터우거가 있다.
장 CTO는 "핑터우거가 AIoT(AI+IoT) 시대의 반도체 기초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자사 반도체가 향후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전략인 AIoT의 핵심 기술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핑터우거가 주도해 개발되는 알리바바그룹의 반도체 라인은 크게 세 시리즈로 나뉜다. 임베디드 CPU '쉔톄(Xuantie)' 시리즈, SoC 플랫폼 '우졘(Wujian)' 시리즈, 그리고 인공지능(AI) 칩 시리즈다.
이번에 발표된 칩은 AI 칩 '한광800(Hanguang800)'은 GPU 10개 성능을 갖춘 신경망프로세서(NPU)다. 주로 AI 서비스를 위한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데 쓰인다.
이뿐 아니다.
한광800에 가려졌지만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실험실(AI 랩, AI Labs)은 이날 '티몰 지니 플러스 TG6100N' 칩도 개발해 이번 행사에서 공개했다. 이 칩은 티몰 '지니(Genie)' 등 자사 AI 스피커 상품에 적용된다. 단순한 알고리즘과 저장, 로컬 NLP, TEE 정보보안 등 기능을 갖췄다고 소개됐다. 쉔톄804T CPU, 쉔톄804 음질코어, 쉔톄805 알고리즘 코어 등 3개의 코어 아키텍처, 또 512KB SRAM과 8BM SDRAM을 내장했다.
알리바바는 자사 스피커 등 제품 라인을 위해 다양한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일명 '지니연맹 칩'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으며 알리바바그룹의 핑터우거를 주축으로 대만 미디어텍, 리얼텍(Realtek), 칭화유니그룹 유니SOC,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업 BES 등 중국 굴지 관련 칩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참여했다.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히던 알리바바그룹이 깃발을 들어올린 형세다. 일부 메모리반도체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영역 대신 AI와 서버 칩 등 자사 강점을 활용한 칩을 중심으로 접근 속도를 높이고 있다.
CPU 자립의 꿈도 영글어간다. CPU 쉔톄 시리즈의 경우 이미 시리즈 9이 출시됐다. 지난 8월 출시된 '쉔톄910'은 5G와 AI, 자율주행 영역에 쓰이는 리스크파이브(RISC-V) CPU 칩이다. 개방형 IP코어로서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에 맞춰 기능을 설계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광800은 이미 기존 AI 칩 성능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중국 전역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 시티와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 쓰일 수 있다. 도시 내 도로 정보 처리를 위한 컴큐팅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항저우시는 이 칩을 이용해 1000개 거점의 3500개 도로 영상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데이터 처리량이 초당 124.41GB에 달한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레스넷(ResNet)-50 성능 테스트에서 타 기업의 AI 칩 성능 대비 4배가 높은 78563 IPS의 최대 성능을 기록했다. 또 기존보다 3.3배 강화된 500IPS/W의 최대효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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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알리바바는 패션디자인 영역에서 한광800 NPU가 AI 컴퓨팅 역량을 강화해 의류 디자인 속도를 기존 30일에서 0.5일로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AI 성능을 통해 자체 트렌드 분석과 의류 디자인을 실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번 압사라 컨퍼런스와 부대 전시회 곳곳에서 반도체 기술을 전면에 배치시켰다. 전자상거래, 유통, 클라우드, 물류 사업 전면에서 자체 개발 반도체 기술로 서비스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