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보호 회피하고 접속료 꼼수 핀 페이스북

[이슈진단+]페이스북이 불 당긴 글로벌 대형CP 규제③

방송/통신입력 :2019/09/29 08:47    수정: 2019/09/30 09:35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소송 결과를 계기로 글로벌 대형 콘텐츠 사업자(CP)의 이용자 이익침해 행위에 대한 규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입법을 서두를 태세다. 따라서 오는 10월2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이후에는 계류된 관련 5개 법안의 병합심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축에서는 이 사태의 빌미가 된 상호접속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이 올 연말까지 마련된다.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CP간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어서 정부는 제도반 운영과 점검을 통해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용자보호’와 ‘상호접속제도’란 말이 낯설고 어렵지만, 향후 인터넷 서비스 품질과 요금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내용이어서 상세히 짚어본다.[편집자주]

페이스북과 인터넷 업계는 방통위와의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자 기다렸다는 듯 정부가 2016년 개정한 상호접속고시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며 이를 개정 이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페북의 주장대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를 과거로 되돌리려면 2016년 개정 전이 아닌 2004년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는 2016년 통신 3사간 상호접속료 정산방식을 무정산에서 트래픽에 따라 상호정산 하도록 법제도를 고쳤다”면서 “해외에서는 자율협상에 따라 접속 거부가 가능한데 국내 상호접속고시가 해외에서는 전무한 제도라 없애야 한다면 ISP에게 망 접속의무를 부과하기 이전인 2004년으로 가야 형평성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망 접속을 의무화 해 정부의 규제를 받으면서 망 이용대가 협상을 해야 한다면 ISP와 ISP, ISP와 CP 간 공정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상호접속료는 페북 등의 주장대로 무정산이 원칙이 아니라 자율협상이 원칙"이라면서 "2016년 상호접속제도는 ISP간 접속료를 상호정산 하되 그 부담을 소비자와 CP에게 형평성 있게 분배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던 해외 대형 CP의 부담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이 방통위와의 소송에서 승소하자 이용자보호 이슈를 상호접속료 기준 변경에 따른 망 이용대가 문제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라며 "판결을 기회 삼아 여전히 망 이용대가에 대해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상호접속료 해외에서는

국내에서는 페북 사태가 CP의 트래픽으로 인한 첫 분쟁 사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 같은 분쟁 사례가 이따금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ISP간 주고받는 트래픽에 대한 접속료가 무정산에서 상호정산으로 바뀌면서 비롯된 일이지만, 해외에서는 사업자 간 약속한 용량보다 트래픽이 과다하게 발생될 경우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이 협상이 결렬되면 접속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2014년 ‘Bafna, S., Pandey, A., & Verma, K.’ 논문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사업자 간 트래픽 관련 분쟁은 총 26건으로 이 중 트래픽 교환비율의 비대칭 문제로 인한 분쟁이 1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7건은 대가 협상을 통해 해결됐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약 맺은 트래픽을 초과할 경우 대가를 더 지불하지 않으면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벌어진 컴캐스트와 레벨3, 프랑스에서 발생한 코전트와 오렌지 간 분쟁이다. 두 사례 모두 초기 계약을 맺었던 용량보다 과다한 트래픽이 발생돼 ISP가 일정부분 용량을 늘려줬지만 트래픽이 과다하게 발생돼 이에 대한 추가비용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분쟁이다. 통상 ISP는 계약된 용량보다 2.5배 정도까지는 용량을 늘려준다.

업계 한 전문간는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된 분쟁의 원인은 트래픽 문제였다”며 “대륙 간 백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벨3가 넷플릭스를 유치하면서 트래픽이 늘어나 컴캐스트와 분쟁을 벌인 것이었고, 코전트와 오렌지 역시 코전트가 홍콩의 메가업로드와 구글을 유치해 과다하게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벌어진 분쟁이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페북 사건 역시 유사하다. 상호접속제도 개정으로 페북의 캐시서버를 유치했던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게 지불해야 할 트래픽에 대한 추가적인 접속료가 발생됐다. KT가 이 만큼의 이용대가를 페북에게 요구하자 페북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KT에서 해외망을 경유한 홍콩IDC로 변경해 발생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페북은 접속지연 사태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슈화되자 일부 비용을 지불하고 KT의 캐시서버로 다시 복구시켰다.

한 전문가는 “최근 프랑스의 통신규제기관인 ARCEP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분쟁 당사자들은 직접 접속 방식,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트랜짓보다 피어링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OTT에서 유발하는 트래픽 양이 트랜짓으로 감당할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페북 사건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페북은 KT와 트랜짓으로 접속했던 방식을 해외망을 이용하는 피어링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페북 서비스를 감당할 만큼 해외망의 트래픽 용량이 적어 서비스 품질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국내 페북 월 이용자 수는 1천500만에 이른다. 때문에 페북이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캐시서버 접속을 다시 연결한 것이다.

■ 상호접속료 무정산이 해법?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페북의 접속경로 변경 사태와 해외에서의 트래픽 분쟁의 결과를 분석하면 인터넷 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의 접속료 상호정산방식이 CP의 망 이용대가 부담을 늘리는 것도 아니며 무정산으로 되돌리는 것도 해법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ISP가 플랫폼사업자로서 CP와 이용자에게 요금을 배분하는 과금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측에 부과하는 가격수준을 정해 거래량을 변화시키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만약, 인터넷 업계의 주장대로 접속료가 무정산으로 바뀌고 이에 따라 CP의 망 이용대가가 인하된다면 ISP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요금으로 부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의 경우 음성전화의 경우 발신 과금을 채택하고 있어 모르는 번호의 경우 일단 전화를 받고 끊지만 외국과 같이 착신 과금이라면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총 가격수준을 유지한 채 재배분에 의해 거래량이 변하는 것을 양면시장이라고 하며 상호접속료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즉, 음성전화 과금방식이 착신 시장, 발신 시장, 양측이 절반씩 내는 착발신 시장으로 나뉠지라도 총 가격수준은 동일할 수밖에 없으며 누가 부담하느냐의 주체만 달라진다는 것이다. ISP가 네트워크 사용료로 기업인 CP에게는 망 이용대가, 개인인 이용자에게는 요금이란 이름으로 부과하지만 총 가격수준은 정해져 있고 어느 한 쪽의 부담이 적어지면 다른 한 쪽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히려 부담 주체에서 제외돼 있는 해외 대형 CP를 부담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것이 국내 CP와 이용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내 상호접속제도는 형식만 다를 뿐 글로벌 표준에도 부합하며 상호접속제도가 CP의 망 이용대가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와 차이는 교환비율에 따라 접속에 대한 비용 부담 요구가 있느냐 없느냐, 접속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부담은 줄이고 CP에게 부담을 늘려 장기적으로 공평한 비용배분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상호접속제도”라며 “다만, 현재 높게 현성돼 있는 접속료 대가 기준인 접속요율을 낮추고 유선통신 3사 외에 하위 계위에 있는 이동통신사나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등에게도 같은 대가를 지불해도 동일한 품질을 얻을 수 있도록 경쟁자를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재 순서>

①페북 사태, 서비스 품질요금 이슈가 핵심

②상호접속료 중소CP 부담 늘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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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이용자보호 회피하고 접속료 꼼수 핀 페이스북

④페북 판결 2심서 뒤집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