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수장 바꾼 LG, 사업 고도화 완성에 총력

미래 성장사업 위기의식 고조에 선제 대응

디지털경제입력 :2019/09/17 10:02    수정: 2019/09/17 10:27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6일 LG가 미래 리딩 산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의 수장(CEO)을 전격 교체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그룹 전체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투자한 사업들이 사업 고도화와 수익 창출에서 더딘 행보를 보이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위기 진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자-화학-통신을 핵심 축으로 하는 LG그룹의 사업 포토폴리오는 크게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사업과 자동차 전장(VS), 전기차 배터리, ESS, 고효율 태양광 셀 등 친환경 에너지 및 바이오, 5G 분야로 나뉜다. 그러나 몇몇 핵심 사업은 아직 안정적인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LG전자는 가전(HE/HA) 사업을 제외한 MC(스마트폰) 부문이 만년(1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수년간 쌓인 적자 규모가 2~3조원을 넘는다. 미래 성장사업인 VS(자동차전장) 부문도 아직까지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핵심인력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에너지) 사업부문도 이제 막 손익분기점을 통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중국 상해 더블트리 호텔에서 열린 '2019 OLED 파트너스 데이' 행사 장면.(사진=LGD)
LG디스플레이가 AWE에서 선보이는 '88인치 크리스탈 사운드 OLED'. (사진=LGD)

이런 상황에서 OLED 사업마저 흔들릴 경우 LG로서는 미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게 그룹 안팎의 진단이다.

OLED 디스플레이 사업은 LG가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대표적인 사업 분야 중 하나다. 2012년 세계 최초로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는 연간 4~5조에 달하는 설비 투자 중 절반 이상을 OLED에 집중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B2B OLED 패널 공급 업체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개척해 왔다. 2013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세트 제품인 OLED TV 역시 올 상반기 전세계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넘어서며 급속하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5조원이 투입된 중국 광저우 8.5세대 공장 가동과 함께 현재 경기도 파주 P10 공장 내 10.5세대 대형 OLED 공장에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TV 시장에 최적화된 패널 생산 확대(월 13만장)에 나선다는 목표로 OLED 대세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 (사진=LGD)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추격을 떨쳐내기 위해 LCD에서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자폭이 커지면서 결국 CEO 교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 그나마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8년 연간 실적으로 전년 대비 96.23% 감소한 9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엔 1천320억원, 2분기 3천69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약 5천억원의 손실을 봤다.

전체 매출에서 6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LCD) 가격이 중국 기업의 물량공세로 하락한 탓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이 OLED 사업구조로 완전히 연착륙하기 직전에 중국의 LCD 저가 공세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세트 제품인 OLED TV 판매량도 2천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TV 시장에서 여전히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와의 경쟁에서 뒷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소형 대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대형 OLED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LG그룹 입장에서 이같은 상황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에 LG디스플레이 CEO 교체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관측이다. 최근 'IFA 2019' 전시회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 8K TV가 표준 규격에 미치지 못한다며 '화질 선명도(CM)' 논란에 불을 붙인 것도 이런 여러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 TV 판매 정체 등 B2C 시장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LG가 패널 시장인 B2B 시장에서도 시간을 허비할 경우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구광모 (주)LG 대표가 하반기 각 사업의 사업 고도화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전체 조직에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정호영 사장으로 CEO를 교체한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재무적 상황을 살피면서 OLED 사업구조 전환을 매듭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 전무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광저우 올레드(OLED) 공장 가동으로 하반기 (올레드 TV용 패널) 출하량이 상반기 대비 30%, 전년 하반기 대비 40%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65·75인치 생산이 크게 늘어 초대형 OLED 수요 갈증을 해소하고 OLED 대중화를 가속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