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비스 혁신에 실패하면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사업 수장인 데이비드 마커스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를 통한 금융 혁신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디지털 화폐 발행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미국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국익에 도움된다는 논리다. 암호화폐 리브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미국의 통화 패권 유지'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사업 자회사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암호화폐 리브라를 둘러싼 여러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마커스 CEO에게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이란에서도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는데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 만든) 새로운 화폐가 어떻게 미국의 제재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마커스 CEO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얘기를 꺼내줘서 감사하다"며 미국이 암호화폐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먼저 암호화폐 사용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마커스 CEO는 "우리가 이 영역을 이끌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럴 경우 두 개의 다른 금융 시스템과 두개의 다른 금융 네트워크를 갖게 될 것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가 이중 한쪽(암호화폐 기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실행하거나 국가안보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커스의 논리는 간단하다. 머지 않아 전통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 기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공존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 그 때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지금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마커스는 또 현재 인터넷 세상이 미국처럼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는 국가와 중국 같이 검색어와 웹사이트를 정부가 검열하는 국가로 나눠져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금융 서비스가 분열되는 상황을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안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10년, 15년 후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는 세계의 절반에 대한 국가 안보 장치의 통제 권한을 잃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리브라는 미국 통화 패권 유지 위해 필요하다"...페이스북 전략 드러나
마커스 CEO의 이같은 작심발언은 리브라를 미국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은 지난 달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한 직후부터 엄청난 비판이 시달렸다. 특히 미국 정가에선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 통화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브라는 위상이나 신뢰가 없다"고 깎아 내리면서, “미국에는 진짜 통화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신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지배적이며 앞으로도 그런 위상을 유지할 통화는 바로 달러”라면서 달러 중심 금융시스템의 위상을 강조했다.
마커스의 이날 발언은 미국 정가의 이런 비판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비트코인 제국주의'란 책을 출간한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페이스북이 이번 청문회에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할 일인데 중국이 먼저 나서면 미국은 더 불편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리브라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될 '리저브'에 달러 자산이 가장 많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실제 리브라 성장이 달러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망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원래 목표처럼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독립적인 디지털 화폐로 출시하려면, 미국 밖의 국가를 설득하는 일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센터장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 계획을 공개하기 전에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미팅을 가진 것을 봐도 미국 정부와는 어느정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리브라 발행에 진짜 반대하는 쪽은 유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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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마커스 CEO는 리브라 발행에 있어 철저한 규제 준수도 약속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미국의 모든 규정을 준수해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리브라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연봉의 100%를 리브라로 받겠다"고도 말해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