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 재논의 골든타임 놓쳐...유료방송 구도개편 전 마무리돼야

[이슈진단+] 합산규제 일몰 1년 (하)

방송/통신입력 :2019/06/28 09:28    수정: 2019/06/28 09:28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도입된 합산규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통합방송법 제정을 전제로 도입된 3년 한시법이었지만 제대로 된 후속 논의조차 없이 지난해 6월27일 일몰됐다. 국회 입법 사항이었지만 국회나 정부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혜선, 김석기 의원 등의 발의로 합산규제 재입법 이슈가 재점화됐지만 현재는 합산규제 재입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료방송의 규제 개편에 대한 얘기까지 오가는 상태다. 향후 합산규제 논의가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 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올해 안에 IPTV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으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한차례 완료될텐데 정책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올해 국회 파행보다 연말부터는 총선 정국으로 들어갈 텐데 국회의 입법 활동을 더 기대할 수 없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두고, 국회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고 성토하는 말이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핵심인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M&A 허용 조건에 따라 입법 논의가 영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공공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안소위도 열지 못하는 6월 임시국회를 뒤로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도 못 다루면 내년에는 총선에 돌입하면서 관련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여부 또는 새로운 규제의 방식 논의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시점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3년 한시법으로 도입된 합산규제 법안이 일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향도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라도 유료방송 시장 개편 속도에 맞춰 늦어도 연말까지는 유료방송 규제제도 개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방송법 개정이 하루 아침에 가능하나

합산규제는 시장점유율 규제로 요약되지만 본질적인 논란의 시작은 위성방송의 규제 공백이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법 체계 근간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IPTV법 제정이나 합산규제 도입과 같은 특별법 형태와 달리 통합방송법을 마련하는 일을 두고 단시간에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서 통합방송법을 통한 해결은 뾰족한 수로 꼽히지 않는다. 더욱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 사후규제 전환시 대응도 그리 빨리 해결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와 관련한 주요 쟁점에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두 부처의 최종 의견이 마련되더라도 법 개정과 하위법령 조율이 필요하다.

■ 놓쳐버린 1년, 남은 시간 반년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에 집중하더라도 올해 안에 논의를 끝내야 한다. 총선 정국에서 정당 간 쟁점이 아닌 이상 별도 안건으로 다뤄지기 어렵고, 이후 출범하는 21대 국회로 문제를 떠넘기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결국 합산규제 논의의 골든타임은 올 연말까지가 최종 데드라인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이미 발의된 재도입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식이다.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경우에도 다시 갈림길에 선다. 시장점유율 규제를 완전히 없애고 시장에만 맡겨두거나, 합산규제 재도입에 상응하는 대안을 택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 논의는 사후규제 전환에 따른 대응책을 정부부처에 마련하라고 요구한 뒤 중단된 상태다.

즉, 국회 논의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합산규제 논의 데드라인까지 사후규제 전환에 따른 대응 제도를 마련하면서 법적 미비점을 최대한 줄이는 시간도 촉박해졌다.

어렵게 마련한 대응 방안이 M&A에 따른 재편, 글로벌 OTT의 시장잠식 등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 틀을 아우르는 것도 큰 숙제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의 당초 계획대로 합산규제 일몰 이전에 논의를 못하고 시장구조 재편이 논의되면서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없는 시장이 지속됐고,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게 되면 재도입 논의 결과를 떠나 대표적인 입법 과정 실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방송 생태계 교란 방지 서둘러야

어렵게 마련한 대응 방안이 M&A에 따른 재편, 글로벌 OTT의 시장잠식 등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 틀을 아우르는 것도 큰 숙제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같은 시장구조 재편이 진행중이지만,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없는 시장이 지속됐고,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게 되면 재도입 논의 결과를 떠나 대표적인 입법 과정 실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는 “급성장하고 있는 OTT 서비스로 시장이 교란되기 때문에 기존 허가 체계 사업자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사후규제로 전환하자는 기본취지라고 본다”면서도 “OTT의 성장과 별도로 허가사업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 형평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TV가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일 수 있고 M&A가 모두 성사돼도 KT 중심의 쏠림이 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 시장의 독점이 생길 수 있고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IPT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더라도 과도기 차원에서 최소한 케이블TV의 장점이라고 했던 지역방송 등이 연착륙을 할 수 있게 합산규제가 1~2년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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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된다.

최성진 교수는 “사후규제로 전환했을 때 대응책을 찾는 논의라도 올해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방송 산업 생태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의 대응책은 현재 시장 흐름의 최종 결론에 도달했을 상황에 맞춰 준비됐다면, 방통위의 대응책은 시장의 변화 흐름에 중간과정에 우선 거쳐야 할 단계에 맞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