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 여·야 논의 단 두 차례…국회 방치로 실종

[이슈진단+] 합산규제 일몰 1년 (상)

방송/통신입력 :2019/06/27 10:26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도입된 합산규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통합방송법 제정을 전제로 도입된 3년 한시법이었지만 제대로 된 후속 논의조차 없이 지난해 6월27일 일몰됐다. 국회 입법 사항이었지만 국회나 정부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혜선, 김석기 의원 등의 발의로 합산규제 재입법 이슈가 재점화됐지만 현재는 합산규제 재입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료방송의 규제 개편에 대한 얘기까지 오가는 상태다. 합산규제 일몰 1년을 맞아 향후 전망에 대해 진단한다. [편집자주]

유료방송 시장 내 독과점을 막기 위한 ‘합산규제’가 사라진 지 1년이 지났지만 후속 대책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설전만 벌이던 국회도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이 추진되는가 하면 해외 플랫폼 사업자인 넷플릭스도 국내 시장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국회는 지난 4월 합산규제 재도입을 떠나 ‘사후적 규제 방안’을 검토해 적용하겠다고 큰 틀에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정부가 제출한 사후적 규제 방안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송시장 점유율 규제는 재차 반복된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1년째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이제는 결론을 지어야 할 때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합산규제 왜 사라졌나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유료방송의 특수관계자를 합쳐 가입자 수 기준으로 전체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5년 IPTV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을 보유하고 있는 KT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국회는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방송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3년 뒤 사라지는 ‘일몰 조항’을 포함하되, 일몰을 앞두고 국회가 연장 및 폐지 등을 두고 재차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몰이 코앞에 다가오도록 국회의 합산규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가짜뉴스·방송 공공성 회복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린 사안에 밀린 탓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합산규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국회 내부의 합의가 있는 만큼 오직 합산규제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합산규제 일몰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국회 과방위 소속이었던 추혜선 의원은 합산규제를 2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고, 김석기 의원 역시 합산규제를 3년간 연장하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역시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채 국회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 그동안 국회는 무엇을 했나

국회는 올해 들어서야 합산규제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과방위는 지난 1월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과방위는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론은 다음 달로 미뤘다.

국회가 약속했던 2월이 됐지만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과방위는 당초 2월 14일로 예정됐던 법안소위를 25일로 연기했고,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3월 22일로 또 다시 연기했다. 결국 여·야가 법안소위를 재개한 날은 그로부터 또 한 달이 지난 4월 16일이었다.

이날에도 과방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전적 규제가 아닌 사후적 규제를 도입해야한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 외 구체적인 결론은 없었다. 국회는 정부에 한 달 뒤인 5월 16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사후 규제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검토한 뒤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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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국회에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이를 검토한 국회는 규제 개선 방안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용을 보강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과기정통부는 22일 방통위의 의견 검토안을 추가로 제출했다.

이제 국회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제출한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려야한다. 정부의 규제개선 방안을 수정해 수용할 수도, 합산규제 재도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도 과방위 여·야 간 의견이 합치돼야 한다. 양 부처의 상충되는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부터 여·야가 의견을 모으는 일까지, 국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