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 4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美 FCC가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대신 5G 통신 커버리지 전국 확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토록 FCC 위원들에게 권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 심사는 다른 국가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시장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아짓 파이 위원장의 합병 찬성 선언과 달리 미국 법무부는 소비자 후생 효과가 없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5G 투자 활성화를 전제 조건으로 아짓 파이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합병의 승인 뜻을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은 케이블TV를 제외하고 통신사의 유선 인터넷 투자가 더딘 편이기 때문에 인수합병 승인 시 유선 투자가 권고되는 경우는 있지만,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 외에 상용 서비스도 개시하지 않은 5G 커버리지 확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 5G 커버리지 확대 조건 둘러보니
아짓 파이 위원장이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에 내건 조건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요금 인상 금지와 고용 유지 등 일반적인 인수합병 허용 조건과 별도로 5G 투자에 관한 부분이 매우 상세한 편이다.
우선 합병 법인이 출범하게 되면 인수합병 절차가 끝나는 시점부터 3년 내에 미국 인구의 97%를 5G 커버리지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특히 인구 집중도가 높은 대도시 뿐만 아니라 지방 지역의 인구 당 커버리지 85%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또 합병 종료 6년 내 조건은 미국 인구 99%의 커버리지 확보, 지방 지역 90% 이상 포함이다.
이동통신 데이터 전송 속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의 지방 인구 3분의 2 이상이 중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5G 커버리지에 포함돼야 하며 미국 인구의 90% 이상은 100Mbps 이상, 동시에 99% 이상은 50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장받아야 한다.
■ 글로벌 5G 커버리지 확대 경쟁 붙을까
아짓 파이 위원장은 줄곧 설비투자 경쟁을 강조해왔다. FCC의 망중립성 정책 방향 변화도 통신사의 수익 보장보다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이다.
이번 5G 투자 조건 제시는 미국 정부가 5G 커버리지 확대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를 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설비투자를 통한 품질경쟁은 단연 가장 한국이 앞서있다. 하지만 아짓 파이 위원장이 요구한 조건은 한국 정부가 5G 주파수를 공급하면서 제시한 망 구축 의무 사항보다 더 공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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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영토 면적을 고려할 때 더 그렇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독과점 방지를 위해 경쟁제한이나 소비자 후생에 대한 심사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FCC의 의지만으로는 T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가 성사될지 여전히 알 수 없다”면서도 “FCC가 제시한 5G 투자 조건만 보면 미국 정부의 5G 산업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