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돈 벌기'...SK, 사회적 가치 어떻게 측정했나

ERP 연동되는 측정 시스템 연말까지 구축

디지털경제입력 :2019/05/21 14:27    수정: 2019/05/21 14:33

SK가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첫 결과와 함께 공개했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주요 관계사 측정 결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16개사 등 주요 관계사 위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했다.

SK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천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 등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회장이 올초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SK)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천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 등을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SK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의 측정 항목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 발표의 목적은 공개된 결과의 규모를 자랑하기보다, 앞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목표의 기준점으로 삼겠다는데 있다”며 “계량화를 통해 기준점을 얻어 향후 개선 정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KPI 반영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지난 2년간 학계, 관계사, 글로벌 기업 등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을 개발했다. 측정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제품개발, 생산, 판매, HR, 비즈니스파트너협력 등 기업활동 전반을 측정할 것, 경영활동의 실제적 결과(Outcome)로서의 사회적 가치 측정을 지향할 것, 객관적 기준을 적용해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측정할 것 등이다 .

SK SV위원회 강동수 상무는 “경영 활동은 투입, 산출, 결과, 영향 등에서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데, 영향 측정이 가장 좋지만 산출하기 쉽지 않아 실제적 결과 측정을 많이 지향했다”며 “측정은 환경 측면의 ‘네거티브 밸류’와 사회 혹은 제품서비스 측면의 ‘포지티브 밸류’ 등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밸류란 환경오염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다. 포지티브 밸류란 이전에 존재하던 다른 대안과 비교해 더 나은 성과를 측정한다.

측정 체계는 세 갈래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고용, 배당, 납세. 정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승수효과 등을 말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으로 세분화해 평가한다. 생산공정 개선이나 친환경제품 판매 등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 성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노동 환경 개선 및 동반 성장을 추구해 만든 사회적 성과, 지배구조개선나 법 위반 개선 등으로 만든 거버넌스 성과 등을 포함한다.

환경 공정을 예로 들면, 온실가스 3톤을 배출하는 A공장의 환경영향의 총량성과는 ‘CO2배출량(3톤) x 단위 환경비용(-99,410원/톤)’으로 계산해 -29만8천230원이 된다.

친환경 단열 필름을 판매한 B사의 에너지 절감 환경성과는 ‘필름 판매량(1만제곱미터) x 에너지 절감계수(47.9KWh/제곱미터) x 에너지 단가(108.5원/KWh)’ 등으로 계산해 5천197만1천500원이 된다.

SK 계열사별 2018년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맨위: SK이노베이션, 가운데: SK텔레콤, 맨아래: SK하이닉스)

SK텔레콤의 '티맵 안전운전 습관 서비스'가 창출하는 사고예방 사회 성과는 ‘(서비스 미사용자 평균 사고율 5.81%+서비스 사용자 평균 사고율 4.91%) x 서비스 가입자수 58만명 x 교통사고 피해 처리비용 930만원’으로 계산해 487억원이 된다.

강동수 상무는 사회적 가치 측정의 예시로 1만원 제품을 팔았을 때를 들었다. SK가 1만원 제품을 팔면 ‘경제간접 기여성과 800원(세금350원, 배당 150원, 고용 300원)’, ‘사회기부 10원’ 등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가치에 ‘에너지 효율제고 효과 40원’이란 비즈니스 사회성과를 더하고, 제품 생산과정의 온실가스배출에 따른 ‘환경 영향 150원’을 뺀다. 이 결과로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700원으로 계산된다.

SK는 국내 공기업,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과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개발을 위해 협력중이라고 밝혔다. ERP시스템과 연동된 사회적 가치 측정 및 관리 시스템을 개발중이며, 금년말 구축완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강 상무는 “경제적 가치에 사회적 가치 관점을 함께 볼 수 있는 회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사회 공헌의 경우 투입 측정이 많은데, 결과나 영향을 검증해야 투입 의사결정에 사용할 수 있어 올해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의 글로벌 표준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유럽, 미국 등 13개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는 마련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기존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으로 본다. 경영 평가에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로 했다. 경영평가지표(KPI)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1대1로 동등하게 평가한다. KPI는 연말의 성과 보상, 승진 등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SK는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신규 사업 전략’, ‘새 마케팅 전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SK에게 사회적 가치는 '착하게 돈벌기'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위원장은 “누가 뭐래도 SK는 주주와 내부 구성원을 위해 항상 성장하고 안정돼야 하는 존재”라며 “그 방법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는게 사회적 가치와 경제 가치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라 본 것이고, 번 돈으로 사회 공헌을 얼마나 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착하게 벌고 더 좋게 활용하게 할 거냐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 추구 관점은 경영의 한 단면이 아니라 매출부터 투자, 최후에 생기는 이익까지 전반적으로 균형 있게 보고자 하는 관점”이라며 “신규 사업의 의사결정에서 살펴보는 여러 항목 중 사회적 가치가 1번 항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