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등’ 향한 삼성의 이유 있는 도전

이재용 “미래 성장 사업에 좋은 결과 있을 것” 강조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5/15 18:00    수정: 2019/05/16 13:47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한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미래 성장 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세계 1위 파운드리 도약을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한 지 22일 만에 차세대 공정 기술과 고객사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15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을 개최하고, 차세대 3나노미터(nanometernm) 공정 기술과 고객사 확보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세이프티엠-클라우드)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내달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7월), 일본(9월), 유럽중동아프리카(10월)에서도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해 적극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고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차세대 3nm 공정은 기존 핀펫(FinFET) 대비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과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GAA) ’ 기술이다. 이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 전체를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어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 구조 대비 전류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에게 3nm GAA 공정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 지원을 돕는 공정 설계 키트도 함께 배포했다.

또 고객사 확보를 위해 온라인을 통해 팹리스 업체들이 공정 설계 키트부터 설계 방법론, 자동화 설계 툴, 설계 자산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세이프티엠-클라우드 서비스도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팹리스 업체들이 투자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어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2030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1위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무기로 1위 업체인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삼성, 파운드리 ‘패스트 팔로워’에서 ‘EUV 퍼스트 무버’로 변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지난해 TSMC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약 19.1%의 점유율로 TSMC(48.1%)와 29%포인트(p)의 격차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극자외선(EUV)를 활용한 최신 미세 공정 기술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TSMC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TSMC가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를 사용해 7nm 양산을 전개하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노광기술을 통해 7nm 양산을 시작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 EUV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더욱이 삼성전자는 EUV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6nm 공정 기반의 제품 양산을, 내년 상반기에는 5나노미터로 미세공정 기술로 혁신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주요 고객사로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퀄컴, 엔비디아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김양재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17년 기존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로 분리했다. 과거 시스템LSI 사업부 체계에서는 외부 팹리스 고객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맡길 때 기술유출 우려가 있었지만,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고객사 확보가 유리해졌다”며 “(삼성전자가 미세 공정 기술을 통해) TSMC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로 키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시장규모는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 중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1.7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반도체비전 2030’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비전 2030 전략의 핵심은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국내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 분야에 73조원(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투자하고, 최첨단 생산인프라에 60조원(생산시설 확충)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공개한 6천4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GW2’. (사진=삼성전자)

특히, 파운드리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1만3천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신규 라인 투자 및 고객사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세 공정 기술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만큼 자사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글로벌 세계 4위(시장점유율 11%), 이미지센서 세계 2위(시장점유율 20.5%)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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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삼성전자가 연간 약 3억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출하하는 가운데 자사 AP(엑시노스 시리즈)와 이미지센서(아이소셀 시리즈)를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분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만큼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