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용 불편, 금융감독원에 민원 넣어보니

사전 금융기관 확인 후 현장·전화·온라인 접수 가능

금융입력 :2019/04/22 14:30    수정: 2019/04/22 14:31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규정을 위반하는지만을 잡는 기관이 아니다.

사실 금융소비자에게도 금감원은 열려 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와 고객 간 분쟁이 생기거나 조정이 필요할 때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 짐작된 민원은 어떻게 넣을 수 있으며, 어떻게 처리되는지 기자가 직접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봤다.

■ 왜 민원을 접수하게 됐나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한 이유는 지난 3월 9~10일 한국투자증권의 CMS계좌와 연결돼 있는 체크카드를 영문도 모른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전 연락도 받지 못한 터라 카드 훼손이나 해당 상점의 기계 결함을 의심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3월 9~10일 전산시스템을 재정비했으며 이로 인해 금융거래를 중단하게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모두 확인했으나 이 같은 내용을 고지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어떤 내용도 알리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과거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이 전산시스템 정비로 금융거래를 중단한다는 점을 한 달전, 일주일 전 등 세세히 알려줬는데 왜 한국투자증권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은걸까.

한국투자증권 측은 "마케팅을 위한 선택 동의서에 미 동의했으며, 전화·SMS·이메일·우편물 모두 거부했기 때문에 금융거래 중단 사전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선택 동의서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답변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실제 '선택 동의서'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선택 동의서 약관에 따르면 동의의 목적은 금융거래 중단과 같은 중요한 내용을 못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편의제공(사은품 지급 등) 신상품·서비스 소개, 사은 행사 안내 또는 고객 신청 서비스 제공 등 이용목적에 따른 편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받는다'고만 적시돼 있었다.

■ 금감원 1층 현장 방문 접수

금감원 민원 접수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금감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하는 방법이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간의 분쟁 또는 조정이 필요한 사항을 신청할 수 있으나 ▲대출 사기 ▲다단계 및 방문판매업자에 대한 내용 ▲우체국·새마을금고 관련 분쟁은 민원 접수처가 다르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방문 접수를 선택했다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본원 1층 '원스톱서비스센터'에 가면 된다. 지난달 11일 금감원을 직접 가, 금융투자회사의 상담 창구를 찾았다.

지난 3월 11일 금융감독원을 찾아 접수한 민원 신청서.(사진=지디넷코리아)

창구 직원은 민원인의 신분증을 확인한 후 '민원(분쟁조정)처리를 위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서'를 준다. 민원 처리 시 해당 금융사가 민원인의 정보를 활용해 사실 확인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동의서다. 동의서 외에 왜 민원을 제기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수기로 작성해서 내야 한다. A4용지 한장 정도로 민원 내용을 적었으며 '금융사의 시정과 사과'가 최종 목적임도 밝혔다.

■ 민원은 어떻게 해결되나

민원을 제기하면 금감원은 담당자를 배정해준다. 담당자는 금감원 분쟁조정국 직원으로, 민원이 접수된 해당 금융사에 '이런 민원이 접수됐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달라'는 문서를 보낸다. 금융사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위법 요소 등이 있는 지 검토한 후 민원인과 금감원에 내용을 전달한다.

만약 위법적 요소가 있다면 시정 계획을 밝히고 금감원에도 이를 알려야 한다. 다소 사안이 복잡하다면 금감원이 중재에 나서기도 한다. 분쟁 조정과 중재가 마무리되면 금감원은 민원 건을 종결한다.

■ 민원 처리 결과는

한국투자증권 측은 먼저 사실관계 확인서와 시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4월 12일 보내왔다. 민원 접수 후 한 달여 만에 회사 측 입장을 듣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보내온 서류에는 '법 위반은 아니지만,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 의미가 있는 정보, 즉 광고성 정보 예외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관련 부서와 협의해 금융거래 중단 등 주요 내용에 대한 공지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준비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민원 내용에 대해 회신받은 내용.(사진=지디넷코리아)

금감원에도 이런 내용이 전달됐다. 금감원이 민원인의 최종 목적과 부합해 민원은 종결됐다고 알린 때는 4월 19일로 회사 측의 서신을 받은지 일주일 만이다. 금감원이 답한 민원내용은 접수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알면 온라인에서 조회해 볼 수 있다.

■ Not bad, Not good

3월 11일부터 시작된 금감원의 민원 접수부터 4월 19일 종결까지 걸린 시일은 39일.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금감원의 직원 수와 금융사의 소비자보호담당 부서의 직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 단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원을 접수해보니 약간의 시정이 필요한 면면이 보였다. 일단 민원인의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받는 개인정보 동의서 부분이다. 이 동의서는 ▲개인정보▲민감정보▲고유식별정보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정보에 사전부터 동의해줘야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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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 당시 민감정보 이용 동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표시했더니, 금감원 담당자는 "만약 민감정보 사항까지 봐야하는 사안이라면 확인이 어렵다. 민감정보에도 동의해서 서류를 다시 보내달라"고 말했다. 물론, 보험사와 관련된 민원은 건강 기록이 필요해 민감정보 이용에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추측된다.

금감원이 원하는데로 동의서 서류를 재작성해 현장에 제출했음에도 불구, 일주일 가량 확인이 되지 않았던 점도 불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