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성비에 한국산업 초토화 될 수도"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150회 영림원 포럼'에서 강연

컴퓨팅입력 :2019/04/04 14:38    수정: 2019/04/04 15:39

"시장을 사지 말고 기업을 사야합니다. 초격차 혁신이 없으면 우리 모두는 죽습니다. 중국은 이제 배터리를 넘어 자동차까지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중국 가성비에 우리 산업이 초토화 될 수 있습니다."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는 4일 영립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이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150회 영림원 포럼'에서 미중 무역전쟁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영림원 포럼'은 국내 대표적 ERP업체인 영림원이 중소, 중견 기업 임원들을 위해 매달 개최하는 행사다. 2015년 10월 처음 시작해 이번에 150회를 맞았다.

한우덕 대표는 한국경제신문 상하이와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국내 대표적 중국통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지금은 중앙일보와 네이버가 공동으로 만든 차이나랩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속살'을 들여다 본 '중국 함정'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이날 '미국 무역전쟁,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인가?'를 주제로 조찬 강연을 했다.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 이해 3대 키워드는 중화DNA, 돈귀신, 당은 아버지고 국가는 아들

한 대표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화DNA ▲당은 아버지 국가는 아들 ▲돈 귀신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먼저 알아야 한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중화DNA는 중국이 강대국이였던 과거의 영화를 중시하며 모든 것을 중국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한 대표는 "중국은 근대화를 봐도 서구 및 우리와 달랐다. 서구는 자유, 평등, 시민, 민주 등을 중시한데 반해 중국은 과거의 영화와 과거의 힘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에 강했던 한나라와 융성했던 당나라 등을 본받고 싶어하는게 중국인의 속성"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산당이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설립됐다. 한 대표는 "중국은 공산당 혁명을 통해 만든 나라"라며 "천안문 사태때 군대가 동원된 것도 국가가 아니라 당을 지키기 위해서다. 중국은 심판이 볼도 차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고속성장을 한 데는 '돈 귀신'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한 대표는 중국에 '짝퉁'이 범람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짝퉁이 짝퉁을 만들고 이렇게 진보하면서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까지 나왔다. 짝퉁으로 시작해 진보를 이뤘는데, 지금의 중국 경제를 만든 근저에는 돈을 중시하는 '돈 귀신'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림원이 개최한 '4워 CEO포럼'이 4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렸다.

루이싱 등 혁신기업 잇달아

한 대표는 중국의 혁신 기업 사례로 중국 커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루이싱(Luckin)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 볼보를 인수한 지린(Geely), 배터리업체 CATL 등을 꼽았다.

미국 스타벅스를 중국에서 몰아내고 있는 루이싱은 2017년 11월 설립됐다. 한잔을 사면 한잔을 공짜로 주는 사업모델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대표는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가맹점 1500개를 만드는데 12년 걸렸지만 루이싱은 이를 1년만에 해냈다"면서 "커피 딜리버리(배달)도 루이싱이 먼저 했고 스타벅스도 루이싱을 따라 딜리버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세계 최고 제조국가를 위한 '제조 2050' 프로젝트를 마련, 추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것이 완성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국가가 한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면서 "중국 기업의 도약은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ATL이 좋은 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CATL은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업체로 우뚝섰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업체들도 자국 정부 비호아래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반면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20%나 점유했던 삼성전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한 대표는 중국이 혁신 기업을 잇달아 배출하면서 '립프로깅(Leapfrogging, 대도약)'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알바바의 광군절 매출과 빅데이터 분석을 들었다. 광군절은 싱글을 뜻하는 1이 네개인 날로 11월 11일을 말한다. '싱글스 데이'라고도 한다. 이날 연중 최대 온라인 쇼핑 매출이 일어난다.

실제,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절에 전년보다 27% 많은 약 3천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한 대표는 "매출도 매출이지만 그 넓은 중국에서 어떻게 하루에 10억개가 넘는 소포가 배달됐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변방인 우루무치에서 주문한 물품이 하루만에 우루무치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분석'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우루무치의 쇼핑 동향을 데이터로 분석한 알리바바가 광군절때 발생할 우루무치의 구매 물량을 사전에 파악, 우루무치에서 가까운 물류센터에 물품을 갖다 놨기에 오지인 우루무치까지 하루만에 배달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의 데이터센터 방문 경험도 들려주며 "내몽고에서 무엇이 얼마나 팔리는지 대시보드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들려줬다.

권영범 영림원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B2G"

세계적으로 치열한 기술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공지능(AI)은 데이터가 핵심이다. 한 대표는 "중국은 국가가 나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우리 현실과 빗대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심천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100%가 전기 버스라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너희 비즈니스 모델이 뭐냐"고 물으면 "비 투 지(B2G)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대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타결 될 것으로 본다"면서 "대략 협약은 된 것 같고 중국의 실행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3000억 인데 1000억 까지는 양보할 의향이 있는 거 같다"고 조심스레 예상하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미국이 세계 서플라이 체인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경제냉전시대가 올 것이라고 우려한 한 대표는 "중국과 미국이 계속해 디커플링되면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걸 강요 받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우리만의 매력있는 비즈니스를 해야"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개 해야할 일에 대해 한 대표는 "답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우리 문제다. 중국은 함정처럼 누가 뭐래도 앞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어떤 경쟁우위에 있나, 이걸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우리가 해야 할 5가지 일로 ▲시장을 사지 말고 기업을 살 것 ▲초격차 혁신이 없으면 모두 죽어 ▲중국 가성비에 초토화 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주목해야 ▲헬스 등 매력 비즈니스, 이거라도 잘해야 등을 제시했다.

세계최대 전기차용 배터리업체로 부상한 CATL은 일본 기업이 지분을 15% 정도 갖고 있다. CATL의 전신인 ATL을 일본 기업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CATL 사례를 들며 "시장보다 기업을 사야 한다"면서 "텐센트가 성장한게 한국 게임기업 때문인데 우리는 텐센트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중국이 인수해 만든 볼보 자동차를 예로 들며 "다른 세단과 비교해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이 천만원이나 싸다"면서 "가전제품, 배터리를 넘어 자동차까지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만드는 중국에 우리 산업이 초토화될 수 있으니 잘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산업혁명 특징 중 하나가 승자독식이라며 글로벌 밸류 체인도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면 삼성이 애플보다 유리한 글로벌 서플라인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내 회사의 밸류체인이 어떻게 변할 지도 점검해봐야 한다"며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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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택시서비스가 4차산업과 만나 좋은 일자리로 바뀔 수 있듯이, 창조는 전 단계로 파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파괴를 할 수가 없다"며 우려했다.

한 대표는 "우리는 보고 싶은데로 중국을 본다"면서 "이제 중국은 어지간한 기술은 우리를 따라왔고 돈은 우리보다 더 많으니 과거와 같은 제품으로 경쟁하면 안된다. 더 공부하고 연구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영리원 고문이 사회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