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으로 신분증을 만들듯, 개나 고양이의 코 무늬인 ‘비문’을 사용해 고통 없이 간편하게 동물을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물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동물 몸속에 칩을 삽입하거나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는 목걸이, 인식표 등을 목에 걸어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쌀알 보다 큰 칩을 체내 삽입할 때 동물들이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또한 삽입 후 부작용으로 도로 칩을 제거하는 경우가 있어 동물 복지 관점에서 선호되는 방법은 아니다.
2017년에 설립된 펫테크 스타트업 ‘핏펫’은 비문 솔루션 ‘디텍트’를 지난해 3월 개발해냈다. 핏펫은 유기견 문제가 심각한 국내외 지차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 지자체와도 디텍트 도입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비문 인식은 펫보험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술로 떠올랐다. 동물 신원을 확실히 등록함으로써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도 다량의 정확한 데이터는 반려동물인들이 꼭 필요할 만한 상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핏펫은 사람의 소변검사처럼 간편하게 동물의 10여 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는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도 제작년 출시해 온오프라인으로 판매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창업 공간 디캠프에서 고정욱 핏펫 대표를 만났다.
■번거로운 칩 삽입 방식, 비문 인식이 보완한다
고정욱 대표는 14살 된 요크셔테리어 제롬이를 기르며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들을 개발했다. 디텍트를 개발한 배경도 제롬이 때문이다. 고 대표는 제롬이에게 동물등록을 위한 내장형 칩을 삽입했다 나중에 염증 부작용이 생겨 칩을 제거해줬다.
고 대표는 “내장형 칩을 삽입하는 방법은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동물들의 복지가 하루빨리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핏펫과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한 부산시는 지난달 동물등록제 보완 수단으로 비문 등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디텍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려견 코 무늬와 얼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된다. 휴대전화 조명을 켜지 않은 채 코와 코 주변, 귀까지 포함한 얼굴 전체 사진을 찍으면 된다.
디텍트 서비스에는 이미지 처리와 관련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이 쓰인다. 다량의 비문 데이터를 받아들이면서 비문을 효율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배운다. 핏펫은 디텍트 서비스 전산과 동물등록제도에 사용되는 15자리 고유번호에 대한 전산을 연동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고 대표는 “전 직원 20명 중 10명이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딥러닝 전문가로 이뤄졌다”며 “보험사도 디텍트 솔루션을 붙여 편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디텍트'로 유기동물 문제 해결펫보험 활성화에 기여
애초에 반려견 동물등록제도는 유기 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됐으나 아직 등록률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 대표는 디텍트가 내장형 칩 이식 방법을 보완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전국적으로 반려견 동물등록제가 도입됐으나 아직까지 등록률은 아직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조사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국내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그중 반려견 등록률은 2017년 33.5%에서 작년 50.2%로 늘었다. 반려묘 등록제는 활성화 되지 않아 아직 등록비율 자체를 추산할 수 없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로 등록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동물등록제도를 알지 못해서(31.4%), 동물등록 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15.4%) 순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고 대표는 “처음 반려견 동물등록제가 도입 됐을 때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칩이 없는 개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었다”면서 “디텍트를 통한 동물등록이 활성화 되면 유기동물 센터에서 개들 코만 찍어 봐도 신원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도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디텍트를 펫보험에 적용하면 보험사는 일부 보험 사기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고 대표는 “예를 들어 검정 개 세 마리를 키우는데, 보험에 들지 않은 다른 검정 개 1에 대한 치료비를 검정 개 2가 가입한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확한 개체 인식이 되면 보험 사기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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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고 대표는 작년 4월 출시한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 판매처를 넓히는 동시에 제휴 동물병원을 소개하는 지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어헤드 판매량은 매달 30~4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고 대표는 “초기엔 어헤드가 동물병원 수익을 줄인다는 일부 업계 비판도 있었으나, 궁극적으로 어헤드로 질병을 알게 돼 요새 납품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이상 징후 발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병원 치료가 가능하도록 동물병원 지도를 개발팀에서 구축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