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성공 위해선 내부와 외부 혁신 동시에 추구해야"

배성주 연대 교수 '영림원 CEO포럼'서 강연

컴퓨팅입력 :2019/01/03 14:11    수정: 2019/01/13 19:40

"국내 기업이 처한 상황은 다른 선진국이 처한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조직 역량의 범위와 한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혁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외부와의 혁신도 추구하는 리더가 된다면 좋은 기술을 많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배성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3일 영림원소프트랩이 개최한 '영림원CEO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배 교수는 '기술혁신을 이끄는 리더'를 주제로 강연했다. 권영범 영림원 대표는 앞서 인사말에서 "개발보다 어려운 것은 이것을 비즈니스로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회사가 혁신을 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 교수가 설명한 성공적인 리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기술 변화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해당 기업이 가진 역량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며 ▲기술적 역량의 증대를 위해 내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외부와도 혁신을 추구한다.

배 교수는 "기술은 빨리 변하는 특성이 있고 기업이 이를 잘 따라갈수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네 가지 특성이 잘 수행된다면 어느 상태에서도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은 보통 'S커브'에 해당하는 발전속도를 지닌다. 처음에는 천천히 발전하다가 급격히 빨리 변화하는 시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들면 다시 변화 속도가 느려지는 식이다. 제품 혁신이 먼저 일어나고, 사람들이 시장에서 원하는 디자인이 선택된 후에는 공정혁신이 일어나는 'AU커브'로도 설명할 수 있다.

배 교수는 "이러한 이론은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의 기술변화를 설명한다"며 "우리나라 기술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기술변화의 경우 진화론적인 발전과정을 거친다. 초기에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자연선택이 일어나 그 중 살아남은 일부 기술이 생존하는 식이다. 그러나 국내 기술변화는 서구와 반대되는 양상을 가진다.

배 교수는 이를 '기술의 역진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역진화 이론이란 국가가 먼저 기술을 선택하고 이후 기업들이 그 기술을 다양하게 발전시켜나가는 형식을 말한다. 이렇게 기술을 먼저 선택하는 역진화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유망한 기술을 미리 선택해서 개발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 또한 낮출 수 있다.

배 교수는 "국내 연구개발 시스템은 각 부처마다 연구를 주도하는 기관들에서 평가를 담당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식"이라며 "정부 부처에서 전문기관 연도별 사업계획을 만들고 기업들은 거기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택-변화' 형태로 개발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배성주 연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자료에 따르면 연구비 지원방식은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um-up)으로 나뉜다. 탑다운은 국가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집행하는 방식이다. 바텀업은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들이 먼저 연구를 제안하는 형태다. 미국은 75%가 바텀업 방식을 채택한 반면 한국은 77%가 탑다운 방식이다.

배 교수는 "탑다운 방식을 채택해서 기술을 먼저 선택했을 때 단점은 시장 측면의 평가가 생략된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무엇보다 다수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를 먼저 하고 기술을 선택하게 되면 변화 과정에서 많은 실험과 학습이 가능해지는데 역진화 방식에선 그 과정이 생략돼 기술의 폭이 좁아지고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이 약화된다"며 "우리나라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약한 이유는 변화 과정을 많이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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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원소트프랩이 개최한 'CEO 포럼'이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렸다.

이러한 역진화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혁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배 교수의 생각이다.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렇게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고 부족한 역량은 외부에서 찾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다"며 "외부뿐만 아니라 사용자 레벨에서도 함께 혁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좋은 소스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