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로 통신재난 막고, 로밍으로 서비스 유지

통신망 안정성 대책..예방과 대응 투트랙 전략

방송/통신입력 :2018/12/27 17:49    수정: 2018/12/28 10:28

통신재난 관리 전반에 제도 정비가 추진된다.

통신설비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통신국사의 우회로를 확보함으로써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통신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신사의 망을 빌려 휴대폰과 문자를 쓰게 하거나 와이파이를 전면 개방키로 하는 등 통신사 간 협력 대응 체계도 마련됐다.

지난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통신장애 발생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전성 강화 대책’은 예방과 대비, 대응과 복구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 통신재난을 막고, 통신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극복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27일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이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KT 통신구 화재는 통신재난 대비가 부족한 것을 보여줬다”며 “5G 시대를 맞이해 통신망 생존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로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망은 한 곳에 장애가 발생해도 경제와 안전 등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인프라인 통신망은 모든 사람과 사물의 데이터가 소통하는 사회시스템의 신경망 역할을 수행하는데 자율주행차나 스마트시티 장애로 이어지면 이번 사고보다 더 큰 경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통신재난 사전에 막는다

이날 발표된 대책에서 예방과 대비 측면으로는 ▲화재, 지진, 수해 관리기준 강화 ▲500미터 미만 통신구 소방설비 설치 ▲주요 통신시설 정부 점검주기 단축 ▲모든 통신국사 우회경로 확보 ▲국가기반시설 통신망 이원화 이중화 추진 등이 포함됐다.

D등급으로 신고됐던 KT 아현지사의 소방설비 부재 문제로 등급 조정과 각 등급별 관리 강화는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다. 소방시설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을 고쳐 중요 통신시설의 관리를 강화하는 식이다.

통신시설 관리의 주요 골자는 새해 1월 출범 예정인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점검을 맡게 된다.

통신재난 대비책으로 망 이원화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KT 통신구 화재 당시 국방, 소방, 경찰 등 공공서비스 통신회선 일부가 서비스 중단이 되기에 이르렀다.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된 시설 가운데 약 13%가 통신망의 이중화 이원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 분야 별로 민간 통신사 이용 현황을 점검해 이중화, 또는 이원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통신회선과 통신사 이원화를 통해 통신망이 단절됐을 경우 예비망으로 즉각 전환해 서비스 중단을 피할 수 있다.

국방 등 국가 안보와 국민생명에 직결되는 중요 서비스는 자가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특히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지정된 에너지, 교통, 금융, 의료, 혼경 분야 등의 국가기반시설은 재난대비 통신망 이원화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행정안전부의 국가기반체계 보호계획 수립지침에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왼쪽부터 강종렬 SK텔레콤 부사장, 오성목 KT 사장, 민원기 차관, 최택진 LG유플러스 부사장, 박찬웅 SK브로드밴드 상무.

■ KT 휴대폰 끊겨도 SKT 망으로 통화

통신재난 예방 대비와 함께 대응 전략으로 통신사간 협력체계 구축이 매우 강화되는 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선언적으로만 규정된 통신사 간 협력을 이번 대책에 포함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에 따른 통신재난 발생시 뉴욕주 등에서 AT&T와 티모바일은 로밍을 통해 이용자의 통신 서비스를 끊김없이 제공했다. 이같은 사례를 국내에도 적용하는 식이다.

우선 통신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선망의 경우 기존 단말로 다른 이동통신사의 무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 로밍의 개시시점과 이용대가, 시스템 구축은 추가로 논의를 거치고 법령도 고친다는 방침이다.

실제 네덜란드에서 이같은 자국 내 무선 로밍 협정이 체결돼 있다.

유선망이 단절된 경우 무선망으로 대체하거나 망 이원화를 통해 통신망을 유지하는 방법이 추진된다. 유선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등은 이동전화, 모바일라우터, 무선 카드결제기 등으로 대체 서비스를 찾는 식이다. 이와 관련한 무선단말기는 통신사가 긴급 보급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국내의 통신 인프라 수준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통신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통신 방식을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재난 발생시 위성을 활용한 비상통신망을 이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촘촘한 무선망으로 유선망을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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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원화를 지원하는 예비망 전용 요금제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테면 A 통신사 인터넷이 끊기면 자동적으로 B 통신사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식으로 예비회선 상품으로 통신 생존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석영 실장은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피해 상황을 정부와 통신사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는 통신사의 진지한 노력이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면서 “정부도 할 수 있는 부분인 재난 R&D 추진이나 관련 예산 확보 등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