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 연 인텔 "14nm 칩 모자란다"

해소 시기 미정...대만 ODM "성장세 꺾여"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0/01 17:34    수정: 2018/10/01 17:37

지난 7월 초부터 제기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에 대해 인텔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인텔은 지난 28일(미국 현지시간) 로버트 스완 임시 CEO 명의의 공개서한에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 올 초부터 전 세계 14nm(나노미터) 공정 생산 시설에 총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텔의 공개 서한은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시기에 대한 예상은 담아내지 못했다. 대만 주요 ODM 업체 역시 올 3분기 출하량 전망치를 크게 낮춘 상황이다.

■ "프로세서 부족 현상은 '어디까지나 수요 탓'"

지난 6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사임 이후 임시 CEO를 겸임중인 인텔 로버트 스완 CFO는 28일 그동안 국내외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었던 프로세서 공급 차질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인텔 로버트 스완 임시 CEO / 현재 수급난을 겪고 있는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사진=인텔)

그는 프로세서 공급 차질 원인에 대해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분석하며 공유하려는 수요가 업계 혁신과 클라우드, 네트워크,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엄청난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텔의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가 상반기 동안 25% 성장했고 클라우드 분야도 43% 이상 성장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PC 분야에서도 8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소비자들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자료를 토대로 "PC 시장이 7년만에 상업용 수요는 물론 게임 수요 증가로 성장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9월 초 대만 디지타임스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에 인텔이 내놓은 답변인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논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숫자를 더해 신뢰성을 부여하려고 한 시도 이외에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다.■ "제온·코어 우선순위 올릴 것"

이번 인텔의 공개서한이 '도돌이표'에 그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주요 PC 제조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던 이야기를 공식 확인해 주기도 했다.

한 글로벌 제조사 구매 담당자는 이미 8월 중순 "펜티엄이나 셀러론 프로세서는 현재 시장에 공급된 물량이 바닥나면 더 이상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텔 역시 공개 서한에서 "인텔 제온과 코어 프로세서 생산을 우선해 고성능을 원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티엄 프로세서와 셀러론 프로세서 등 비주력 프로세서 공급이 심한 지연을 겪거나 아예 단종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가장 중요한 '시기'가 빠진 공개서한

인텔은 이번 프로세서 수급난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14nm 제조 시설인 미국 오레곤과 아리조나,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팹에 올 초부터 총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급증한 수요에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전세계 4개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수급난을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림=인텔)

또 "10nm 공정의 수율이 향상되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2019년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개서한이 등장하자 인텔 주가는 45.5달러에서 2달러 상승해 2017년 11월 수준인 47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개서한은 정작 PC 제조사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수급난 해소 시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PC 시장 호황이 수급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인텔 주장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증가 폭이 너무 적다.

지난 7월 양대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와 IDC의 2분기 통계를 보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PC 생산량은 극히 미미하다. 가장 보수적인 가트너의 집계로는 80만 여대, 가장 낙관적인 IDC의 통계로도 160만 여 대로 증가 폭은 3%에 불과하다.

■ 대만 ODM 업체는 실적 악화 기정 사실화

대만을 근거지로 하는 주요 ODM 업체는 실적 악화를 이미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관련기사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27일 주요 ODM 제조사인 컴팔 마틴 웡 회장은 "인텔 프로세서 수급이 2019년 하반기까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가장 수요가 많은 시기에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마틴 웡 회장은 "인텔이 프로세서 부족 사태가 언제 해결될 것인지 명확한 스케줄을 주지 않는다"며 불만도 함께 털어놨다. 또다른 ODM 제조사인 위스트론 역시 올 3분기 출하량 증가량을 최대 10%에서 절반인 5%까지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