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페이민트'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새로운 모바일 결제 환경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지불대행업자(PG)로 보기에는 정산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밴(VAN)사업자처럼 중계 기능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금융위원회는 페이민트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 혁신금융서비스 '위탁테스트' 사업자로 선정된 이유다.
2일 서울 신논현 패스트파이브에 위치한 KB이노베이션허브센터에서 페이민트 김영환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외에는 우리 같은 사업자들이 많다. 중국에서는 지급 솔루션 회사, '페이먼트 솔루션 컴퍼니(Payment solution company)'라고 한다. 어쨌든 위탁테스트가 끝나는 내년에는 PG사로 인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온오프라인 결제 수수료는 동일해야
일단 페이민트는 국내 굵직한 '페이'를 개발한 회사다.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페이', 그리고 젊은 층에게 제일 자주 거론되는 '카카오페이' 역시 페이민트의 작품이다. 이름은 달라도 결제 구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동일하다. 온라인 결제 수수료도 오프라인과 동일하게끔 만들었다.
온오프라인 결제 시 참여하고 중계하는 기업에 차이가 있다 보니 수수료가 다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밴사들을 거친다. 이 때 가게 주인이 내는 수수료는 0.8~1.5% 수준이다. 근데 온라인은 조금 더 수수료를 떼가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해남오리탕'집에서 오리탕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이 때 가게 대표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인 PG사와 밴사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결제를 간편등록해놓은 카카오페이나 페이코에게도 수수료를 지급한다. 온라인 주문 시 가게가 내는 수수료는 3%수준이다.
김영환 대표는 "온·오프라인의 결제 및 수수료 구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간편결제를 구상할 당시 모바일로 인증하고 앱 카드를 쓸 때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수수료를 같게 해달라고 신용카드사에 요구했다. 한 카드사 임원이 초면부터 화를 내더라. 지금은 없어진 금융감독원의 거래인증안정성 평가를 통과하고 왔더니 일부 페이에서 차별없는 결제흐름을 완성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현재 페이민트는 KB금융지주의 KB이노베이션허브센터 스타터스로 선정돼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B국민카드 본사 1층 '다다카페'에서 QR코드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이 시범 사업에서 혁혁한 성과가 났다. 매출의 30%가 페이민트의 QR코드를 사용한 것이다.
■ '서울페이' 성공했으면 하지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서울페이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김영환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페이는 매장을 중심으로 보는 사고가 아니다. 매장을 중심으로 본다면 수수료를 줄이는 것보다는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카드 수수료를 내고 환급받는 수수료가 있는데 서울페이로 하면 못받는다. 아무것도 안받는데 세금은 똑같이 낸다면 카드를 받을 것"이라며 "서울페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수수료를 0으로 하는 것은 오른쪽 주머니에 있던 돈을 왼쪽으로 옮기는 것일뿐이다. 밴사나 PG사가 뜯어가던 수수료를 멈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개발 일정도 빡빡하다고 거론했다. 그는 "개발일정을 서울시는 8월까지 전략을 수립한 후, 9~10월 개발 사업자를 선정, 11월 개발, 12월 베타테스트 오픈, 내년 상반기 서비스 시행으로 잡았다. 개발 기간이 1달이다. 개발 기간 한달이라고 하면 사실상 지금 카카오페이가 하고 있는 소상공인 페이 모듈을 조금 조작하는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간편결제, 다양한 페이를 만드는게 맞다고 본다. 회사에 대한 회원들의 충성심과 맥락에 맞춰 내놓는 것"이라며 "가장 성공적인 페이는 '스타벅스'다. 맥락이 있지 않나"라고 진단했다.
■ 20년간 혁신 없던 결제 인프라 달라져야
김영환 대표는 "국내 결제 인프라가 20년 동안 안 바뀌었다. 안심클릭, 안심결제 등 모두 1세대들이 만든 것인데 그대로 쓴다. 구조가 혁신이 안됐다"며 "첫 설계 자체가 비표준방식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이 느리고 보수적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규제 탓도 크다. '이걸 쓰면 사고나도 금융사에게 책임 안물을게' 등의 규제들이 덧입혀지면서 국내 결제시장이 복잡해졌다. 대표적인게 공인인증서라고 본다"고 했다.
서울페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수수료가 점점 '0'으로 수렴하는 결제방식 역시 페이민트에 집중하고 있다. 김영환 대표는 "앞서 말했듯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제가 차이가 없게 하고, 수수료를 적게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새로운 기술은 기존 0.8%(오프라인 매장 기준) 수수료를 0.4%까지는 낮출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매장을 혁신하는데 핵심은 결제 서비스다. 지금 매장의 프로세스는 예약·대기·주문·결제·적립·배송 등인데, 모두다 산발적이다. 우리는 이를 통합해서 관라힐 수 있는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게에서 쓰는 단말기를 '피처폰'이라고 한다면 페이민트가 개발 중인 단말기는 '스마트폰'이다. 이 시스템을 쓰면 웹서비스로 통합이 되고, 통합적으로 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다. 또 데이터를 사고 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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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탈중앙화된 결제 방법은 5~20년 뒤에 보편화될 것이다. 그럼 누가 결제 방식을 위해 어떤 네트워크를 설치할 것인가. 결국은 블록체인"이라며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얹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밴 영업사원의 영업력, 간편결제의 가맹 체결 역량을 넘어설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셀프로 단말기를 사서 설치하는 비중이 높았다. 나는 젊은 점주들이 통합 결제 인프라와 시스템을 사용할 것으로 본다. 매장들이 결제 방식을 선택하고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