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인재 육성 정책에 따라 향후 국내총생산(GDP)이 오르내릴 수 있다는 영국 경제분석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보고서는 숙련도 향상을 통한 생산성 증대와, 기술 및 오픈소스 데이터 접근에 대한 투자 등을 늘려야 AI 시대에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픈넷과 국회 경제민주화포럼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공지능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코노미스트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최근 발표한 ‘머신러닝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시나리오’ 보고서가 공유됐다.
EIU는 구글 후원을 받아 한국을 포함한 5개 국가를 대상으로 산업에 머신러닝이 미치는 여향에 대한 양적, 질적 시나리오를 개발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 기술, 데이터 접근 투자 시, 韓 GDP 1.78%→3.00%
먼저 EIU는 2030년까지 세 가지 계량경제 시나리오를 실행해 머신러닝이 GDP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대상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으로 한정됐다.
먼저 시나리오1은 정부가 현재 수준보다 숙련도 향상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을 가정했다. 그 결과 서비스 분야 성장이 상품 수출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호주가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1.78% 수준의 GDP가 2.07%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나리오2는 오픈소스 데이터 접근에 대한 투자, 머신러닝의 민간 부문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세액 공제, 컴퓨팅 효율성 발전을 통한 하드웨어 가격 인하를 가정했다. 이 시나리오는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성장 결과를 보였다. 대상 국가 모두가 2030년 사이 기준선보다 최소 1% 이상의 GDP 증가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1.78% GDP 성장률이 3.00%까지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나리오3은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인력 개발의 태만, 국가적 정보 공유 체계의 부족으로 노동의 대체 효과가 지배적인 경우를 가정했다. 쉽게 말해 AI 기술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를 뜻한다. 이 때 영국은 4천200억 달러, 호주는 500억 달러 GDP가 감소한다. 한국의 경우 1.78% GDP 성장률이 0.02%까지 추락한다.
EIU 크리스토퍼 클라그 수석에디터는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전혀 부작용이 없을 것이란 기술 예찬론과, AI가 고용시장을 엄청나게 흔들어 미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기술 비관론자가 있는데 모두 극단적인 것으로 도움이 안 된다”며 “진실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판단으로, 그 중간 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 “AI, '에너지' 부문 큰 영향...한계도 있어”
EIU 보고서는 AI 기술 중 하나인 머신러닝이 제조, 의료, 에너지, 교통 등 4개의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먼저 제조업은 AI가 저임금 일자리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지만, 1대 1 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료 부문은 의사의 능력 보강을 위해 AI가 이미 사용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혁신을 채택하는 데 있어 의료 분야가 느린 편이고, 사생활 문제 등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데 있어 사용자들이 민감할 수 있어 AI 활용이 저해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AI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극대화 할 수 있어 에너지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에 의한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국가안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EIU는 AI가 대중교통의 속도와 안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전역의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가 AI와 결합해 교통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인자동차의 인명피해 사고 등에 연루됐을 때 책임 소재의 문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규제 및 사생활 보호 문제 등이 부정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 “AI 지식 격차 줄이고 R&D 투자 늘려야”
EIU는 AI를 둘러싼 현실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5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먼저 AI는 유토피아적도 디스토피아적도 아니기 때문에 AI가 새로운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I의 긍정적인 면을 과장할 필요도, 또 부정적인 면을 과장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또 AI에 있어 이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EIU 보고서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개발자는 종종 기업과 정부 기관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반대로 기업과 정부 기관은 종종 개발자가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 활발한 의사소통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나아가 EIU는 AI가 사생활뿐 아니라 고용에 있어 위험을 제기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신뢰와 투명성을 개선하고, 지식과 이해의 격차를 줄여 잘못된 정보 전달을 줄일 수 있는 대중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EIU의 의견이다.
이 밖에 인적 역량과 교육에 대한 투자, 익명화된 데이터세트의 사용 지원, 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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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U 발표 후 토론자로 참여한 경희대학교 이경전 교수는 “AI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 개인, 기업,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서 가능성을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직업이 없어진다는 건 종말론적 세계관에 불과하다. 아직 발전이 먼 AI가 가져올 문제와 희생을 최소화 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AI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동원 파운트AI 대표는 “한국에서는 AI 기업과 전문 인력들을 찾기 어렵다”며 “AI가 가져올 위기를 걱정하기 전에 영어권 국가에 맞서 AI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부터 걱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