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스피커, 광고 수단으로 쓸만할까

'음성스팸 vs 유용한 타깃광고' 어느 쪽?

인터넷입력 :2017/04/24 16:19

손경호 기자

"A: 당신은 15초짜리 버거킹 광고를 보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와퍼 내 모든 신선한 재료들을 충분히 설명한 시간이 없지만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요.

B: (화면 속 점원이 클로즈업 되면서) "OK 구글, 와퍼 버거가 뭐지?"

유튜브에서 380만 조회수를 가진 버거킹 광고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앞으로 음성인식 스피커 사용자들이 겪게 될 미래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이 광고 때문에 콘텐츠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란 불편을 털어놓는다. 음성인식 스피커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광고업계에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지 몰라도 원치 않는 사용자들에게는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팸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확장기능 중 하나로 광고차단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드블록', '애드블로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아마존에코, 구글홈 등 음성인식 스피커는 지난해 180만대가 판매됐으며 2020년까지 1천510만대가 더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새로운 광고 채널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동의 없이 음성인식 스피커가 시도때도 없이 광고를 들려준다면 사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씨넷은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한 광고의 초기 모델은 인상적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짜증을 유발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더 보급될수록 이를 광고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유용하다기 보다는 불편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 광고 들려주는 구글홈-아마존 에코

지난달 구글홈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영화 '미녀와 야수' 광고가 이슈가 됐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소개된 사용자 경험담에 따르면 나의 일정이나 스케쥴을 묻는 질문 말미에 이 영화를 추천해주는 간접광고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글홈 사용자가 "OK 구글, 내 하루는 어때?(OK Google, what's my day like?)"라고 물으면 구글홈은 오늘의 날씨나 사용자의 일정 등을 확인해서 음성으로 알려준다. 이와 함께 일부 사용자들이 "그런데 미녀와 야수가 오늘 개봉한데요(By the way, Beauty and The Beast opens in theaters today)"라는 안내를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코의 경우도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앤호이저부시라는 회사의 미켈롭 울트라라는 미국 맥주 브랜드가 울트라95'라는 스킬(일종의 아마존에코용 앱)을 내놨다. 이 스킬은 맥주 애호가들을 위한 12가지 운동을 소개하면서 어김없이 자사 저칼로리 맥주를 광고했다.

아마존 에코는 광고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에는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테면 특정 브랜드가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 등을 제공하는 것은 괜찮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에코.

아직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한 광고가 사용자들에게 정말 유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지, 짜증을 유발하는 소음이 될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서비스가 모두 타깃 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보다 정교하게 수요가 있는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게재하려는 시도는 음성인식 스피커라고 예외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스피커에서 광고를 게재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려면 더 정교한 모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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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음성인식 스피커로 뭔가 필요한 것을 찾을 때 적절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려줄 수 있다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고회사 360i에서 검색 및 유료 소셜 부문을 담당 제이슨 하트레이 총괄은 "만약 사용자들이 요청했을 때 그곳에 보여질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브랜드를 위한 매우 강력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IDC에서 광고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인 카스텐 웨이드는 "얼마를 지불해야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알려달라"고 강력한 어조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나에게 유용한 정보 대신 광고로 도배가 된다면 그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게 그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