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 투자한도 높이고 절차 줄여야 활성화"

고훈 인크 대표, 간담회에서 강조

인터넷입력 :2016/02/04 07:35    수정: 2016/02/04 19:09

손경호 기자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도 수익성 높은 투자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제도 시행 10일째를 맞았다.

초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된 5개 스타트업 중 하나인 인크(yinc)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기 스타트업들이 일명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국내 엔젤투자의 양적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장 직전 기업에 대한 공모주 투자 등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스타트업들에게는 창업 초기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엔젤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훈 인크 대표는 "지난해 기준 20대~30대가 창업한 스타트업이 1만8천여개에 달하고, 여기에 투입된 벤처투자금은 2조1천억원 규모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죽음의 계곡을 건넌 회사들에게만 해당될 뿐 투자자들이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해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도 투자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훈 인크 대표.

그동안 이러한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해왔던 것은 엔젤투자자들이었다. 고 대표에 따르면 2000년 초 벤처붐 당시 5천억원이 넘는 엔젤투자가 이뤄졌지만 200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도 약 1천억원 정도 투자되는 수준에 그쳤다. 증권시장에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시점에서 이뤄지는 공모주 투자 역시 수익률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다가 M&A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투자할만한 비상장 회사를 찾으려는 투자자들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창업투자회사가 요구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창업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한도 키우고, 절차 줄여야 성공할 것"

그러나 도입 초기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들은 투자자들과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스타트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일반 기업은 200만원 한도로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소득요건을 갖춘 투자자들은 연간 2천만원까지 투자가능하며, 금융기관 등 전문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고 대표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된다는 것이 검증된 이후에는 이전보다 빠르게 투자한도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 중인 회사들. (자료=인크)

두번째는 현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상장기업에 요구하는 정도로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증권을 1년 간 투자자들이 거래하지 못하도록 의무예탁,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해 놓고 있다.

문제는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진화해나가야하는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약 2개월이 걸리는 복잡한 증권대행업무절차를 완료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들이 예결원이 요구하는 상장기업 수준의 증권 관련 업무 절차를 밟아야하고, 수수료까지 지급해야하는 탓에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고 대표는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아직 초기라 위험관리차원에서 마련한 정책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이런 어려움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을 포기하는 스타트업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1년 간 보호예수 기간을 거친 뒤에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확보한 증권을 자유롭게 거래하면서 전체 시장을 키우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유동성이 높은 거래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한 뒤 K-OTC BB 시장에서 해당 증권을 거래할 수 있지만 유동성이 떨어져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K-OTC BB는 관련 증권을 거래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거래가 월간 1억원에 못미치는 경우도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보다는 차라리 코넥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유동성을 높여줄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고 그는 설명했다.

인크 입장에서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사업자에 더해 초기 스타트업을 함께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가졌지만 이 역시 기존 법 제도에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들에게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투자자문이나 분석보고서 작성마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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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을 운영하는 대원칙이 공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코넥스,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능력있는 숨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한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증권사 보다는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에 대해 비중을 두는 것이 보다 적절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 대표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 중인 이스라엘 아워크라우드(Our Crowd)의 경우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직접 자체심사를 통해 스타트업들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