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MCN 시장, 누구나 ★되는 시대

대규모 투자, M&A 가속…주류-비주류 격차 줄어

인터넷입력 :2015/12/24 15:13    수정: 2015/12/25 13:36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이 새로운 콘텐츠 주류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유튜브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동영상 콘텐츠 대중화와 플랫폼 등장은 방송 제작 방식까지 바꿔 놨다.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기획, 출연, 촬영, 편집, 배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인만의 개성과 비상한 기획력만 있다면 누구나 스타가 되고 유명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같은 변화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다. 마치 연예 기획사처럼 개인 창작자들을 지원, 관리하는 MCN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 이들은 자체 사이트나 유튜브나 페이스북 채널 등을 통해 제작된 영상을 배포하며 팬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소속사를 기반으로 더 성장한 대도서관이나 양띵 같은 인기 BJ들은 10~20대 사이에선 유재석이나 신동엽 못지않은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한다.

신현원 PD는 한 토론회에서 “급격히 방송 시장이 바뀌면서 모든 기반이 인터넷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TV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의 나눠먹기가 이뤄지고, 제작비가 감소함에 따라 결국 상대적으로 제작비용이 덜 드는 인터넷 방송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외 MCN 현황

MCN은 유튜브를 통한 개인 창작자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성장했다. 미국에는 머시니마, 메이커스튜디오, 어썸니스TV 등이 대표적인 MCN이다.

디즈니, 드림웍스, 타임워너 등 미디어 대기업들도 MCN 사업에 직, 간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즈니는 10억 달러에 메이커스튜디오를, 드림웍스는 어썸니스TV를 3천300만 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에는 아프리카TV가 베스트 BJ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MCN과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개인 인터넷 방송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아프리카TV 출신 BJ들이 새롭게 꾸려진 MCN으로 소속을 옮기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이 같은 인기 BJ들이 성장하고 자립해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면서 투자도 활발해졌다.

메이크어스 영상 촬영 현장.

메이크어스는 옐로모바일로부터 10억 투자 유치에 이어 벤처캐피탈 업체인 DSC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캡스톤파트너스,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으로부터 202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또 이 회사는 지난 달 중국에서 활동하는 MCN 파워 창작자 88명과 독점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 내 3천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양띵이 소속된 트레져헌터는 최근 SK텔레콤,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9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유치와 전략적 파트너사인 네시삼십삼분 및 국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6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어 트레져헌터는 SK텔레콤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또 받아 업계 이목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이번 투자로 '핫질' 플랫폼에 트레져헌터 독점 콘텐츠를 제공받기로 했다.

아울러 콩두컴퍼니는 케이큐브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비디오빌리지,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각각 6억원, 1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2015 아프리카TV BJ대상 시상식.

이 밖에 KT는 최근 대도서관이 소속된 CJ E&M 다이아TV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콘텐츠 3천여 편을 올레TV 등에 제공받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플랫폼 '파워 유튜버'를 만들고 비디오빌리지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MCN 성장, 제작 센터 늘고 협의회도 생겨

MCN의 사업에 돈이 몰리면서 창작자들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전문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가 미국과 일본 등에 ‘유튜브 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라면 국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콘텐츠코리아랩’, SKT ‘핫질 스튜디오’, CJ E&M의 ‘다이다TV 스튜디오’ 등이 있다. 아프리카TV는 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곰eXP 스튜디오의 시설 및 장비 등을 넘겨받아 e스포츠 대회 및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메이크어스도 선정릉역 인근 본사에 전문 장비를 갖추고 자체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MCN 사업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MCN 협의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현재 가입된 회원사는 트레져헌터, 레페리, 비디오빌리지, 샌드박스네트워크, 제다이 등 총 24개사다. 협의회는 MCN 생태계 구축을 위해 창작자 육성과 이들의 권리 보호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회원사 의견 수렴을 통해 정식 사단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유튜브 스페이스 도쿄 조정실.

아프리카TV 신병휘 상무는 “인터넷 방송이 개인의 재능과 능력만으로도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의 마케터들도 특정 영역에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점점 더 인터넷 방송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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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아오른 MCN 시장은 내년에도 그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끌던 BJ들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거나 CF 광고에 등장하는 사례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대기업의 투자와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곳도 줄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개인 창작자들이 제작하는 웹드라마, 단편 영화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들이 더 많이 생산되고, 보다 많은 채널을 통해 유통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주류 방송과 비주류 방송의 경계의 턱도 낮아질 예정이다.

유튜브 스페이스 도쿄 영상 제작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