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애플 매장, 이런 비밀이?

일반입력 :2012/02/23 10:54    수정: 2012/02/23 11:06

지난해부터 여러 유통 사업자들이 오프라인 애플 판매 대리점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신규 매장은 물론 기존 매장들의 한결같은 매장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운영 사업자가 각기 다르지만 제품 전시 방식이나 배치, 실내 인테리어 등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 판매 대리점은 매장을 열고 애플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애플코리아와 엄격한 매장 관리 계약을 맺는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매장은 애플 제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매장에 전시된 애플 로고도 내려야 한다. 애플 제품을 팔지 못 할뿐 아니라 주 수익원인 아이폰 케이스, 이어폰, 헤드폰 등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APR, 한국형 애플스토어

국내에서 애플 제품을 공식으로 판매하는 곳은 애플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스토어와 애플 판매 대리점, 이동통신사 등이다.

이 중 애플 판매 대리점은 애플프리미엄리셀러(APR), 애플샵, 애플 공인 판매 대리점, 전문가용 제품 대리점 등으로 나뉜다. 전문가용 제품 대리점은 OS X 서버군이나 영상편집툴인 파이널컷프로(FCP) 등을 다루기 때문에 나머지가 소비자용 제품 판매점에 해당한다.

APR과 애플샵, 애플 공인 판매 대리점은 매장 규모나 서비스, 판매 제품군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은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상위 매장인 APR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40평 이상의 점포 크기,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 직원 서비스 교육 절차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APR이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제약 조건도 가장 많다.

APR 매장은 대체적으로 흰색 내벽에 통유리 외벽, 검정 색상의 벽면 전시대, 작은 APR 로고 등으로 꾸며져 있다. 매장 안에는 맥북과 아이맥, 헤드폰에 연결된 아이팟 등이 주로 문 앞에 전시돼 있고, 매장 안쪽에 계산대와 케이스, 가방, 이어폰 등 액세서리 판매대가 있다. 또 교육이나 전시를 위한 공간을 따로 갖추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APR 사업자로는 '컨시어지'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 자회사 LCNC를 비롯해 '프리스비' 운영사 갈라인터내셔널, '에이샵' 운영사인 맥게이트, '윌리스' 운영사인 피치밸리 등이 있다.

■엄격한 애플의 요구 조건

익명을 요구한 한 APR 운영사 관계자는 매장을 새로 오픈할 때 뿐 아니라 계속 운영해오던 매장도 애플의 엄격한 관리 조건을 지켜야만 한다며 매장 내 작은 변화가 생길 때 사전에 애플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매장 관리 조건에는 애플 제품의 전시 위치와 종류와 개수, 가구 색상과 배치, 통로 간격, 조명 위치와 개수, 애플 이외의 제조사가 만든 제품군 전시 등이다.

애플 컴퓨터인 맥북과 아이맥의 경우 디스플레이 크기에 따라 애플이 지정한 순서대로 전시해야 한다. 한 가구 위에 전시할 수 있는 애플 제품의 경우 제한이 돼있으며, 애플 이외의 제조사가 만든 도킹오디오도 같은 제약을 받는다.

예컨대 어느 정도 크기의 매대가 있으면 그 위에 전시할 수 있는 도킹오디오는 3개라는 식이거나 아이폰 케이스 판매량이 높다고 해서 케이스 전용 매대를 임의로 늘릴 수 없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매대로 쓰는 가구 조차 애플이 지정한 제품을 해외서 받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장 자체 프로모션을 위한 광고막 설치도 크기가 제한돼 있다며 매장을 오픈할 때 애플 제시 조건을 모두 맞추려면 상당한 인테리어 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 많이 팔고 싶지만...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APR을 운영하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한 APR 매장 점원은 사실상 애플의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는 셈이라며 MD 역할도 사실상 애플이 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MD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유통업계에서 판매자가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애플의 요구 조건을 맞추다보니 MD 역할의 비중이 다른 유통업계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그는 CPU(맥북과 같은 PC 제품군과 아이패드 등) 판매는 매출에 힘이 되지만, 마진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실제 대부분의 수익은 케이스나 이어폰 같은 써드파티 액세서리 판매를 통해 올려야 한다며 APR 조건에 따른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상품 전시를 확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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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애플이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APR 매장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되고, 다른 IT기기 매장보다 APR의 브랜드 이미지가 뛰어나다며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APR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사업자의 매장 관계자는 매출 확대를 위해 진행하는 프로모션도 맘대로 전개할 수 없어 차별적인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장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선 이같은 갈증이 더욱 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