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인은 방송? 통신?…향방은

[디지털 전환 기획③]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주파수

일반입력 :2011/06/07 11:13

정현정 기자

오는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회수되는 700MHz 유휴 주파수 활용 방안을 놓고 방송·통신업계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각각 데이터 트래픽 해소와 차세대 방송 서비스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양측은 전파특성이 뛰어나 ‘황금주파수’라는 별칭까지 얻은 700MHz 저주파 대역 주파수를 미래전략 차원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이렇다 할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해 업계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700MHz 놓고 통신업계 ‘군침’

7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에 대해 2012년 아날로그방송 종료 후 회수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 활용 용도에 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지상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을 이원 송출하면서 408MHz 대역을 쓰고 있지만 디지털방송으로 완전 전환하게 되면 698~806MHz까지 108MHz의 여유대역을 확보할 수 있다.

통신업계는 이 같은 여유 대역이 데이터 트래픽 폭증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망 부하로 인해 음성통화 품질까지 저하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700MHz를 통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최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정책 토론회’에서 강충구 고려대 교수는 “내년 말까지 스마트폰 가입자는 3천162만명, 트래픽은 올 1월보다 8.7배 늘어난 4만7천913TB에 이를 것”이라며 “향후 최소 240MHz 대역폭만큼의 주파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 대책을 위해 2.1GHz 주파수 경매에 맞춰 1.8GHz와 함께 700MHz 주파수도 동시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에서 연방통신위원회가 방송용이었던 700MHz 유휴 대역을 AT&T, 버라이즌, 퀄컴 등 통신기업들에 낙찰한 것도 선진사례로 제시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트래픽 폭증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기에 700MHz를 통신사가 받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라며 “정부가 말로만 스마트 강국을 외칠 게 아니라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700MHz 주파수 놓칠 수 없어”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해 조기 경매에 부치는 방안이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자 방송업계도 서둘러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지난달 한국방송협회가 방통위에 700MHz 조기 할당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한국방송기술연합회가 700MHz 대역 주파수 이용정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상파 측은 기사용하던 주파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당장 필요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순순히 통신업계에 넘기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향후 3D와 초고해상도(UHD) 방송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와 디지털TV 난시청 해소 등에 들어갈 인프라 규모가 파악이 어렵기에 700MHz라는 ‘여유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방통위에 보낸 의견서에서 “700MHz 대역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의 자원으로 각 업계는 물론 기존 사용하던 지상파 방송의 수요를 파악한 이후에 여유대역에 한해서 경매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통신업계가 700MHz 확보 필요성으로 내세운 ‘트래픽 소화’에 대해서도 부정적 뜻을 나타냈다. 700MHz를 가져간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세만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주파수를 공급해서는 안된다”며 “근본적 문제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등을 제외하고 추가 주파수 수요만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고 지적했다.

지상파가 강력 반발하자 앞서 700MHz를 일찍이 통신용으로 점쳐둔 방통위도 “내부적으로 700MHz 대역에 대한 활용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여러 수요를 파악 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 논의 ‘본격화’

TV 방송대역(채널 2~51: 54~698㎒) 중 방송국 간 간섭방지를 위해 지역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비어있는 대역을 일컫는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 논의도 첫 걸음을 뗐다.

화이트 스페이스는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전환 후 잔여 대역으로 남는 유휴 주파수로 전파 손실이 적고 전송거리가 3배 이상 길어져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도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주파수 공유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 9월 ‘슈퍼 와이파이’ 용도로 TV유휴대역 사용을 공식 허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방통위는 TV유휴대역 활용정책 마련을 위해 연말까지 종합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험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슈퍼 와이파이·공공안전·지역정보제공서비스 등 서비스 활용 로드맵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차세대 방송 진화를 위해 통신 못지않게 방송 분야에서도 주파수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TV유휴대역 이용정책 세미나’에서 박성규 SBS 방송지원본부 부장은 “1세대 디지털 전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세대 방송을 위한 유휴대역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방송용 주파수는 근린공원이나 마찬가지 인데 다른 서비스 때문에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파수 회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렇듯 각 업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투명한 정책수립과 ‘솔로몬의 지혜’를 규제당국에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연재순서]

①‘디지털 컨버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관련기사

②디지털 전환? “케이블 없이 잘 되나 보자”

③700MHz 주인은 방송? 통신?…향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