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시장, 일본 역공 우려된다"

김은수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센터장

일반입력 :2009/09/03 09:56    수정: 2009/09/03 10:24

류준영 기자

3D 애니메이션 보급이 확대되면서 3D 디스플레이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최근엔 3차원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후지필름 파인픽스 리얼3D)가 나오는 등 디지털 기기와 3D의 결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TV쪽도 마찬가지다. 요즘 신기술로 중무장한 TV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2ms(1밀리세컨드는 1000분의 1초) 응답속도를 나타내는 240헤르츠(Hz) LCD TV는 올림픽이나 스포츠중계와 같은 역동적인 영상에 강점을 보이며 시청각에 따른 화면 왜곡도 없다. 고해상도 화면에 적합한 LED TV도 거실과 안방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 수 위인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TV도 주목된다. 극장용 3차원 입체영상을 안방으로 옮겨놓은 3D TV도 차세대 TV로 물망에 올랐다. LCD TV와 PDP TV 두 가지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이던 시절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3D TV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D TV가 주목을 끄는 것은 우선 TV 경쟁포인트인 화질개선이 한계점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화질 수준에 만족하는 소비자가 단순히 지금보다 화질이 더 나아졌다는 한 가지 이유로 TV 구매를 희망하진 않는다”며 “실제에 가까운 영상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고, 수준 높은 시각적 만족도를 안겨주는 3D TV가 그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손쉽게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CP(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선 불법복제를 원천 차단해 인터넷 불법유포로 인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사이버 경찰수사대가 수사에 나선 영화 ‘해운대’ 불법유출 사건은 만일 3D 콘텐츠였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몰락한 부가판권시장은 곧 선보일 3D 블루레이 디스크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릴 수 있다.

게다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매길 수 있어 지금보다 2~3배 높은 콘텐츠 수익을 남길 수 있다.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가 3차원 전용극장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D 산업에 관심 가져야…TV시장 일본 역공 우려

시장의 호조는 미국 할리우드발(發) 3D 영화제작에서 비롯됐다.

올해를 ‘3D 영화의 해’로 규정한 할리우드는 3D 콘텐츠 생산에 비상한 관심을 쏟으면서도 정작 함께 수반되어야 할 하드웨어 보급엔 태연한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이자 한국3D 연구분야 1세대인 김은수 3D 디스플레이 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렇게 해석한다.

“할리우드는 3D TV와 같은 하드웨어를 한국과 일본기업들이 도맡아 전세계 시장에 보급해 줄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죠. 그간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보여준 삼성과 LG전자의 저력을 믿는 듯 해요. 하드웨업 시장은 접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 태세인 거죠”

1일 오후 광운대학교 연구소에서 만난 김은수 센터장은 3D TV 시장에 관한 장미빛 전망을 줄줄이 쏟아내면서도 한국 3D 시장의 속사정을 털어놓을 때면 속이 타 들어간단다. 향후 황금어장이 될 3D TV 시장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미성숙된 시장에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다는 중견기업들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그렇기에 3D 학회나 협회는 국가나 대기업이 나서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자칫 일본이나 중국에 3D TV 시장을 뺏길 수 있다”라며 강한 우려감을 표한 김은수 센터장은 30년간 TV시장을 옥죈 일본 소니를 한국기업이 눌렀다고 해서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기술력 측면에선 먼 발치의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3D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은 15년 정도에 불가하지만 일본은 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근엔 중국시장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TV시장을 놓고 기술개발이나 표준화 등에서 앞서가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역공이 예상된다는 것. 때문에 김 센터장은 사전 대비책으로 세부적인 로드맵 확보를 제 1의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3D 산업을 국책사업으로 확정,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단다. “메모리 반도체 등 국책사업으로 전개한 사업들의 성과가 오늘날 결실을 맺듯 3D 산업분야에도 관련 인력과 R&D(연구개발) 투자가 절실합니다”

낙후된 기술 기반…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

3D 영화 및 방송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에선 내로라하는 쓸만한 3D 연구인력이 100여명도 채 되지 않다는 것.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숫자다.

또한 그는 정부기관간의 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3D 콘텐츠는 문화관광부가, 3D 전송 케이블은 방송통신위원회가 3D 하드웨어는 지식경제부가 맡는 식으로 나누게 되면 후에 관계부처간 이기주의에 노출될 수 있으니 조인트(협업) 방식의 체계적인 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김은수 센터장은 이를 협회나 민간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는 3D 융합산업 컨소시엄(3DFIC)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할만한 컨소시엄이라곤 보기 어렵다.

미국 디스플레이협회는 3D@Home이란 컨소시엄을 구성, 3D 영화 콘텐츠를 일반 가정에 전송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3D 컨소시엄을 구성, 표준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내딛는 정도다.

취업시장 숨통…기술표준 도입 앞당겨야

3D 신규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파생시킬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보다 7년 만에 최악을 맞고 있는 취업시장에 청년 인력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3D 전문 스튜디오가 갈수록 늘어나겠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보급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를 뛰어넘는 콘텐츠에서도 승부를 봐야죠. 당장 가시적이지 못하나 곧 이뤄질 내일이죠”

3D TV는 하지만 안전성 기준이 없다.

핵심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시중에 상용화된 제품은 안경을 써야 한다거나 시청 후 피로도가 높다는 것. 어린이들이 장시간 3차원 영상을 보고 있을 경우 스크린의 깜박거림에 의한 광과민성 발작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실제로 이 같은 사례가 일본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선 언급된 3D 관련 기술 표준화 작업이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일본에선 3D 모바일 제품에 경고 문구가 화면 하단에 나타나는 식이지만 아직 명확한 법규가 없기에 3D TV를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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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김은수 센터장은 3D TV의 보급 확산을 위한 타협점으로 그는 2D와 3D 겸용 TV를 예상했다고 한다. 비디오가 DVD로 교체되던 시점에 교두보 역할을 한 콤보 플레이어를 연상한 것이다. 그는 또 3D 콘텐츠 보급은 케이블TV를 시작으로 위성TV, 공중파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인사이트 미디어는 세계 3D TV 시장 규모를 내년 680만대에서 2012년엔 3천12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