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고질병 통신업계 과열 경쟁

일반입력 :2009/07/28 13:50    수정: 2009/07/28 14:14

김효정 기자

지속되는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 상반기 통합KT의 출범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월평균 번호이동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출혈 마케팅 경쟁이 되풀이 됐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수십만원의 현급 지급 등 과잉 경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통신사에 과열 경쟁을 자제하고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자 활성화로 돌려줄 것을 권유해 왔다. 지난 1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통신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더 이상 소모적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초고속인터넷 과잉 경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의 경쟁은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이통시장에서는 번호이동 경쟁 대신 010 신규 가입 시장의 경쟁이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이번 달 번호이동이 전월대비 약 30% 가량 줄어든 반면, 010 신규 가입자는 10%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번호이동 가입자의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신규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한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경품 지급 행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방통위가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경품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 5월에 이어 24일 두 차례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경품 지급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각종 초고속인터넷 가입 사이트나 전단지, 일부 대리점에서 여전히 수십만원의 현금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 일례로 서초동에 사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 14일 한 통신사의 결합상품을 3년 약정으로 가입하고 34만원의 현금을 지급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방통위도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자율경쟁을 간섭하는 데 제약이 있고, 이를 제재할 명확한 법적 근거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관련 법안 등의 마련과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서는 경품 지급에 대한 약관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가능한 빨리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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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실무진에게 수시로 시장 경쟁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통위 직원들이 고객을 가장해 휴대폰 보조금 지급 및 경품 지급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 산업은 성장 산업이 아니다.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정부 방침에 따라서 일률적으로 경쟁을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