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UX이야기

옥상훈입력 :2008/08/28 17:56    수정: 2009/01/07 15:19

옥상훈

필자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시원한 여름과일이고 하나는 공포영화 때문이다. 이 번에는 납량특집으로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공포스런 주제로 UX얘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오싹하면서 소름이 확 돋을 만큼 무서웠던 영화는 ‘링’이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는 주로 비명 소리 또는 효과음, 잔인한 장면, 뒤통수 치기 등의 수법을 이용해서 깜짝 놀라게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링’의 경우 정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링’의 아래 장면은 시각(비디오)과 청각 (찌직 거리는 소리)의 요소가 어우러진 공감각적 방법으로 ‘공포의 UX’를 극대화시켰다.

누군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저주가 걸린 비디오를 보고 있다.

TV 비디오 화면에는 을씨년스런 우물이 하나 보인다.

그 속에서 소복 입은 귀신이 우물 밖으로 기어 나와 점점 앞으로 기어 나온다.

비디오가 찌직 거리는 순간 귀신이 TV화면을 뚫고 나와 덮친다.

일반적으로 극장의 시설이 시각과 청각을 전달해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5감 중에서 후각, 미각, 촉각의 전달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끈적거리는 액체, 부서지는 손톱, 강렬한 색상 또는 무채색, 날카로운 도구 등을 통해 극장 시설이 전달하지 못하는 영화의 경험을 보다 생생히 전달하고자 한다.

5감을 모두 자극해준다면 공포의 경험이 더욱 배가 된다. 아래 얘기는 ‘데스워터’라는 물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에서 힌트를 얻어 필자가 나름대로 각색해 본 내용이다. 물의 맛 (미각) à 물방울 소리(청각) à 악몽 장면(시각)으로 공포의 UX를 증폭시키고 있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물을 마신다.

물 맛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 식당에서 식사했던 손님의 침실…

잠을 자고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물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떠 보니 물에 흠뻑 젖은 여자가 노려본다.

깜짝 놀라 잠이 깼다.

이제는 물 마시기가 두렵다....

별로 안 무서운가? 스토리의 개연성을 받쳐줄 앞 얘기와 더 무섭고 잔혹한 뒷 얘기를 쓰고 싶지만 이는 필자의 블로그(모르면 필자명으로 검색해보길…큰 기대는 금물) 에서 따로 찾아 보길 바라며 UX얘기를 이어가 보자.

■ 국어시간에 배운 공감각은?

UX에 있어 공감각적 접근은 다른 감각을 보완함으로써 사용자의 UX를 향상시킬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공감각은 국어 책에 나오는 시의 구절부터 영화를 비롯한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아래는 김광균의 외인촌이란 시에서 사용한 청각을 시각화한 예가 되겠다.

… 중략 …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외인촌> 에서

국어시간에 배운 공감각은 시험문제 맞추기 위해 배웠겠지만 이러한 공감각적 기법을 영화나 IT산업에 적용하면 돈이 된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절대 안 가르쳐 준다. 앞에서 공포영화 얘기는 끔찍하게(?) 했으므로 IT산업얘기를 좀 해보자.

핸드폰이 달콤한 UX나 짜릿한 UX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핸드폰 중에 초콜릿 폰이라고 있다. 초콜릿색 핸드폰(시각)과 초콜릿(미각)의 조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UX를 선사했다. 그리고 초코릿색 위에 붉은 색 계통의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고급 외제차의 계기판을 보는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최근에 나온 햅틱폰의 경우 핸드폰에 촉각을 살려냄으로써 보고 들을 뿐만 아니라 손안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짜릿한 UX를 제공하였다.

여기서 상상력을 발휘해 한 걸음 나아가 본다면, 촉각을 위해 진동 모터를 좀 더 강력한 것으로 넣어 안마기 기능을 넣거나 모터에 바람개비를 끼워서 시원한 바람을 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뭐니뭐니해도 공감각분야는CF가 최고일 것이다. TV화면과 소리를 통해서 광고주의 상품들에 대한 UX를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과 귀만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음식, 화장품, 무형의 서비스 등은 미각의 시청각화 또는 후각의 시청각화 등의 섬세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향기로운 커피를 보여주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쓴다든지, 맛있는 라면을 보여주기 위해 라면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후루룩 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 공감각적 UX는 새로운 블루오션

최근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고화질 비디오 처리 및 동영상 스트리밍, 3D 입체 영상, 입체음향 등 시각과 청각적인 처리 관련 기술이 매우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의 웹캠과 모니터, 마이크, 스피터가 따로 놀고 있어 (따로 구매해서 설치해야 함을 의미) 음성, 비디오, 오디오 등이 같이 서비스되어야 하는 비디오 컨퍼런스나 방명록, 전자 칠판의 경험은 낮은 수준이며 인터렉티브 하지가 않다. 필자도 웹캠, 마이크 전부 있지만 휴대 및 설치가 귀찮아서 거의 쓰지 않는다.

스피커를 내장한 모니터는 일반적이지만, 눈코귀입이 모두 달린 사람 얼굴처럼 웹캠, 스피커, 마이크가 일체로 내장된 모니터는 그리 일반화되지 않았다.

눈코귀입을 가진 예쁘고 잘 생긴 모니터나 이를 내장한 노트북이 보편화 된다면 사람들은 보다 손쉽게 음성, 비디오, 오디오를 이용하게 될 것이고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 영상처리 및 음성처리 소프트웨어, 동영상 스트리밍 서버, 인터넷 메신저 그리고 관련 웹2.0 서비스 등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1년 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 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로 재직 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