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경험을 개선해야 스마트홈이죠”

[인터뷰] 남찬우 브런트 대표

홈&모바일입력 :2018/12/18 07:47    수정: 2018/12/18 09:14

스마트홈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설명할 때 주로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주목받는 스마트홈 기기 스타트업 브런트는 ‘기술’과 ‘생활공간(living)’을 함께 말한다.

2015년 설립된 브런트는 스마트 플러그, 스마트 거치형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녹아든 아이디어 제품으로 눈길을 끌다 스마트 전동 블라인드, 스마트 공기청정기 등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남찬우 브런트 대표는 “IT기업은 리빙에, 가구와 인테리어 등 리빙기업은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SW)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브런트는 이 2가지를 합친 개념, ‘뉴노멀 가전가구’ 기업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공간 속 경험을 디지털로 개선하고 싶다”며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남찬우 브런트 대표.(사진=브런트)

남 대표는 창업 전 네이버와 현대카드에서 사용자경험(UX)과 디자인을 담당했다. 당시 디지털 세계는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지만 현실에는 오래된 것들이 익숙함 속에 방치되고 불편함을 야기하는 것을 보고 실제 일상을 바꾸는 기술을 고민하게 됐다.

브런트의 기술과 공간에 대한 비전은 투자자를 봐도 드러난다. 투자자 중에는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벤처스와 리빙기업 까사미아 등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ICT, 리빙기업들이 투자 또는 파트너십을 진행 중이다.

■ 생활 속 익숙한 불편함이 잠재 시장

브런트가 바라보는 사업 영역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 전체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행위다. 이런 사업 영역에는 집이나 개인 사무실, 심지어 자동차 내부도 포함된다. 향후 무인자동차 시대가 오면 차 내부에도 인테리어나 가구, 가전이 들어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브런트는 제품을 기획하기 전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과 그 안의 경험을 본다.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빈도를 분석한 후 빈도가 높고(잠재시장 규모) 우리에게 사업화 아이디어(경쟁력)가 있고 사람들의 불편함 강도가 높은지(수요) 따진다. 이 조건이 맞으면 (사업화에) 뛰어들 만하다고 본다.”

이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브런트는 기존 제품, 서비스의 디자인이나 용도를 재정의하고 SW를 녹인 제품을 개발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스마트폰으로 블라이드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 ▲원격으로 플러그 전원 제어가 가능한 ‘브런트 플러그’ ▲책상 위 등 사용자 바로 옆에 두고 사용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미세먼지·온도·습도도 측정할 수 있는 개인용 이동형 공기청정기 ‘브런트 에어젯’ ▲책 거치대와 소켓, 무선 충전 기능이 모두 결합된 ‘브런트 파워스테이션’ 등이다.

남 대표는 “당사 제품은 하드웨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쉽고 간편한 사용자 환경(UI)과 유용한 SW, IoT, 애플리케이션 연동 등을 제공하는 것까지 서비스 범위로 본다”며 “기술로 사람들 일상을 편하고 쾌적하게 바꾸는 것이 목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내년 매출 70억 목표…진출 국가·제품↑

브런트의 대표 제품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사진=브런트)

브런트의 스마트홈 제품들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스마트홈 시장이 크게 형성된 미국, 유럽지역에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효자 상품은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이다. 블라인드를 많이 사용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겐 아주 유용한 스마트홈 제품으로 호평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실적 성장에 힘입어 올 4분기 손익분기점 돌파도 기대된다. 남 대표는 “올 4분기 매출이 지난 1~3분기 매출을 합친 수준이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도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올 9~10월 여러 신제품들이 아마존에 등록됐으니 실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매출 전망치는 약 70억원대다. 브런트는 내년부터 일본, 중국, 호주 등 새로운 시장에 적극 나서고 신제품도 여럿 출시하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핵심 소비자층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뜻하는 밀레니얼 세대다. 스마트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 4분의 1이 스마트홈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브런트는 BC2(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 외의 B2B 시장도 타깃으로 보고 있다.

남 대표는 “내년부터 진출 국가를 확대하고 신제품은 이미 출시한 제품들의 라인업 확장이나 주변 기기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미 스마트 충전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내놨으니 그와 관련된 제품 개발은 더 수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은 해당 분야에선 유일한 제품이라 정말 많은 영미권 사용자들이 구매한다. 그만큼 영미권 시장에선 선두권 효과가 크다”며 스마트홈 분야 선두기업 의지를 드러냈다. 향후 무선인터넷 온도조절기 기업 네스트(Nest)나 스마트 도어락 제조사 어거스트 홈(August Home), 스마트 전구 브랜드 필립스 휴(Philips Hue) 등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구상이다.

브런트의 개인용 이동형 공기청정기 ‘브런트 에어젯’을 브런트 앱과 연동하면 실내외 미세먼지와 습도,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브런트)

획일적인 아파트 문화가 강한 한국은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촉발삼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브런트는 보고 있다. 국내 시장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내년 자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숍도 고민하고 있다.

”아파트 문화가 강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특이한 나라다. 주택처럼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없고 건설부터 가전 등을 주로 대기업이 주도하다 보니 스마트홈 관련 애프터마켓이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홈 기기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 AI 스피커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말에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스마트 플러그를 판매하려면 제품을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슬슬 자발적 수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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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트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업도 내다보고 있다. 일상 속 ICT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보한 생활 데이터는 다른 가전, 리빙기업 등에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남 대표는 “데이터 사업은 먼 얘기지만 당사 제품 수가 더 늘어나고 각 제품들을 연결해 연동하고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도 나온다면 데이터나 플랫폼 유료화 사업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