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모바일 뱅킹으로 지칭했던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제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생활금융플랫폼'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칭하기 시작했다.
왜 은행들은 뱅킹 앱이 아니고 플랫폼이기를 자처하는 것일까. 은행 관계자들은 대면 채널에서 비대면 채널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3일 신한은행은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쏠 리치'를 이날 출시하면서, 통합 앱이라고 불렀던 '쏠'을 '생활금융플랫폼'이라고 명시했다. NH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올원뱅크' 역시 뱅킹 앱 대신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썼다.
은행들이 자신의 모바일 뱅킹 앱을 플랫폼으로 바꿔 부른 시점은 다양한 기업 및 스타트업과 제휴하면서부터다. 신한은행은 'DNA'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얼라이언스'의 준말로 63개의 기업과 관계를 맺고, 쏠 앱을 통해서도 이 기업들의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나 KEB하나은행이 별도로 만든 앱 '하나멤버스'도 이 같은 연유에서 플랫폼임을 부각하고 있다. 올원뱅크는 지난 11월 10일 업그레이드를 통해 NH농협에서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음식 레시피 소개 서비스인 '만개의 레시피'와 '농협몰'을 연계한 것이다. 올원뱅크 고객이 레시피를 본 이후 농협몰을 통해 요리의 재료를 특가로 구입, 올원뱅크를 통해 계좌 이체까지 원스톱에 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KEB하나은행은 자체 디지털 자산인 '하나머니'를 활용해 가죽공예나 꽃꽂이 등의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강연을 진행하는 곳은 은행이 아니고 제휴 기업들이다.
은행이 자신의 모바일 앱이 단순히 뱅킹이 아닌 플랫폼이길 원하는 이유에는 핵심 영업 채널이 대면(영업점)에서 비대면(모바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기획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점에 가면 은행 업무를 보는 것 외에도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고객이 알지 못하는 금융 수요를 만족시켰던 측면이 있다"며 "지금 모바일 뱅킹 앱은 조회나 이체, 송금 등 은행 업무를 보고 곧바로 이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이 필요한 부동산·자동차 구매, 여행 등과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해 금융이 필요한 시점 전후로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제 은행 모바일 앱은 상품 중심의 가입을 제안하는데서 고객의 행위와 수요를 파악한 후 단번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더 빈번히, 자주 그리고 오래 고객을 머물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 신한은행,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 '쏠 리치' 선봬2018.12.13
- NH농협은행 "올해 올원뱅크 이용 간편송금액 10조원"2018.12.13
- KEB하나銀, 웨스턴유니온과 모바일 해외송금 업무협약 체결2018.12.13
- NH농협은행, 통합 앱 'NH스마트뱅킹 원업' 출시2018.12.13
또 국내은행은 이미 IT 인프라를 갖춰놓은데다 일정 수준의 가입자도 보유한 상태라,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하기보다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이 금융상품 플랫폼이 되는 것은 금융상품을 알려주고 이를 중개해준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판단된다"며 "제휴 금융사는 모바일 기반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이 많다. 두 부분의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며, 은행은 굳이 이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소개하지 않아도 자체적인 인프라가 있어 제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