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에 블록체인 적용하려 하면 안 돼"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 참가자들 한 목소리

컴퓨팅입력 :2018/11/26 17:39    수정: 2018/11/27 09:04

“아직 블록체인은 미성숙한 기술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기존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기존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블록체인으로 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블록체인이 쓰이기 적합한 실제 사용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을 맞아 한목소리로 낸 공통 메시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이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지난 6월에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대국민 인식제고’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 개최됐다.

TTA 박재문 회장이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KISA 김석환 원장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박재문 회장,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 오세현 협회장,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형주 이사장, NIPA 전준수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개회사를 맡은 KISA 김석환 원장은 “블록체인의 무한한 가능성은 누구나 얘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도움되고 확산되는가”라며 “지난해 6개 정부부처가 블록체인 공공부문 시범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중 한두 개라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제 행정서비스에 적용돼 국민들의 편익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TTA 박재문 회장은 “TTA는 블록체인의 기술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준, 평가체계를 구축해서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려 한다”며 “국내 단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간행사가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기조연설에는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와 쵸 토시야 하이퍼렛저(Hyperledger) 운영위원이 연설자로 나섰다. 두 연설자는 모두 “블록체인은 아직 미성숙한 기술이며, 모든 곳에 적용할 것이 아닌 기존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적합한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표 대표는 이날 ‘블록체인이 바꾸는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표 대표는 “플랫폼을 하겠다는 블록체인은 기술보다도 파트너십 역량이 더 중요하다”며 “초당거래처리속도(TPS) 기술은 내년 말 정도가 되면 다 비슷해져 TPS 경쟁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콘텐츠가 올라올 것이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어떤 콘텐츠를 유치했느냐가 블록체인 생존력의 가장 큰 요소라면, 결국 블록체인은 중앙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하는 블록체인과 대기업에서 월급받고 개발하는 블록체인은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탈중앙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지자체와 일부 사업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탈중앙화가 안돼서 불안하다고 공포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가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똑똑하게 작은 틈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판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기존의 네이버, 카카오가 또 잘 대응해오고 있다”며 “하지만 그 와중에 배달의 민족, 토스가 나온 것처럼 대기업이 보지 못한 부분을 아주 현실적으로 타겟팅해 준비해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표 대표는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블록체인을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까지 다 갖다 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블록체인은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신뢰가 필요한 분야 ▲오프라인과 연결 접점이 적은 분야 ▲중앙화된 주체가 하기 껄끄럽거나 귀찮은 분야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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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후에는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김승기 엑스블록시스템즈 대표, 그라운드X 이종건 이사,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블록체인 진흥주간은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며, 27일 열리는 블록체인 그랜드 챌린지에는 본선에 진출한 '아이디어 공모', '해커톤' 참가자들의 발표와 시상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