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여 만든 드론 시범공역 '개점 휴업'

[이슈진단+] 표류하는 韓 드론 산업(中)

디지털경제입력 :2018/11/22 16:02    수정: 2018/11/22 16:05

정부가 미래 4차산업혁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드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중국에 밀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드론 산업은 제조가 아닌 중국산 부품을 짜맞추는 '유통'에 머물러 있다는 현장의 지적은 뼈 아프다. 기술과 자본력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드론 산업의 현 주소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재 정부 기관을 통해 집행되는 드론 관련 예산은 수백 억 규모다. 올 한해 국토교통부가 4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자한 데 이어 내년에는 700억원 이상이 드론 산업 진흥에 투입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종 지방자치단체들이 집행하는 예산까지 합하면 1천억원 넘는 세금이 드론 산업에 투입된다.

그러나 국내 드론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막대한 예산이 정작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업체들은 정부 예산이 보조금 지급이나 조종 인력 양성에 더 이상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픽사베이)

드론 제조·개발 업체의 상황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드론 시범구역이나 시범공역이 조성되고 수십 억원을 들인 시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지원 사업이 드론 조종 인력 양성이나 보조금 지급 등에 과도하게 치중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 가산에서 만든 드론, 서울 시내에서 테스트 못해

현재 국토교통부는 고도 등 규제 제한 없이 개발중인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드론 시범공역'을 늘리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드론 시범공역은 경기도 화성과 강원도 영월, 충북 보은과 전북 전주 등 전국에 총 10여 곳이다.

광진구 한강 드론공원은 이미 트래픽의 한계에 이르러 정상적인 테스트가 불가능하다. (사진=서울시)

항공안전기술원 역시 경남 고성 등에 대규모 드론 비행시험통제 운영센터를 조성 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드론을 개발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대규모 사업이 예산만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드론을 개발하는 업체는 대부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경기도 판교(성남시)에 몰려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 중 대부분은 시범 비행을 위해 서울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서울시가 2016년 광진구에 조성한 한강 드론공원이 있지만 이 역시 드론 트래픽이 포화 상태라 만족스러운 테스트 결과물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수십 억 예산 들여 만든 드론 시험 시설이 놀고 있다"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드론 개발은 빈번한 비행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것을 개발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험 비행을 할 때마다 시화호로, 영월로 가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토로했다.

시범공역은 현재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만 이용할 수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조성한 드론 시범공역에도 보이지 않는 제한이 존재한다.

바로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80여 개 업체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생 업체가 개발한 드론을 이 시범공역에서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회장은 "실제 수요자인 드론 개발 업체의 소재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비행 공역만 늘린 결과 수십 억을 들여 만든 시설이 '개점 휴업' 상태"라고 비판했다.

■ 드론 조종 교육과 보조금으로 낭비되는 예산

드론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부처에서 내려오는 예산이 제조 인력 육성이 아니라 드론 조종 교육, 드론 구입 보조금 등에 투입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드론 벤처기업 관계자는 "드론을 만드는 중소 업체에 당장 필요한 것은 그것을 날릴 사람이 아니라 제어나 제조 등을 제어할 전문 엔지니어다. 그러나 현재는 국비 지원이 엔지니어가 아닌 드론 조종 교육에만 쓰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드론 관련 예산 중 대부분이 조종 교육 국비 지원에 쓰이고 있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박석종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이 진행하는 농업용 드론 구매 자금 지원 사업의 맹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국내에서 농업용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2개월에서 3개월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1년에 고작 3개월 쓸 드론에 1천500만원에서 4천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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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말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세금이 건설업체는 물론 드론 유통업체·수입업체와 학원 등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드론 제조사 관계자들은 "영세 업체가 엔지니어를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기존 인력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